"기회는 지금이다…가장 못하는 선수라는 생각으로 야구하겠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도쿄(東京)대의 법학부 출신 아마추어 야구선수가 프로야구 구단행을 선택했다.
일본의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도쿄대 법학부에 들어가고서, 공부와 야구를 병행한 끝에 후자를 택한 것이다.
30일 닛칸스포츠와 스포츠호치 등에 따르면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닛폰햄은 26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 회의에서 자구단의 7번째 지명권을 도쿄대 출신 미야다니 고헤이(宮台康平·22) 선수에게 행사했다.
이 같은 뒷 순위에서 선발돼 프로에 입문하는 선수는 특별한 경기력 향상이 없는 한 주전경쟁에서 밀려 벤치를 달구거나 일찍 은퇴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본에서 도쿄대 출신으로 프로야구를 선택한 이른바 '고학력 야구선수'는 그동안 5명 나왔지만, 법학부 출신은 미야다니 선수가 처음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아울러 도쿄대 출신의 프로야구 구단 입단은 미야다니 선수가 2004년 이후 13년만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때 야구를 시작한 미야다니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 최고 성적이 지역대회(가나가와<神奈川>현) 8강에 그치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야구와 공부 모두 1등을 목표로 매진해 도쿄대에 입학하고 나서 야구 선수로도 주목을 받았다.
최고 시속 150㎞의 좌완 투수로, 3학년 때에는 대학 야구의 일본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도쿄대가 대학 야구 최약체 수준인 까닭에 미야다니 선수의 대학 시절 성적은 6승 13패, 방어율 4.26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닛폰햄으로부터 프로 입단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임을 인정받았다.
닛폰햄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도쿄대와는 관계 없다. 바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최고 학부여서 훌륭하다"고 말했다.
미야다니 선수는 대학에서 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공부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년 미일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을 때 합숙소에 육법전서를 갖고 가서 훈련 중 쉬는 시간에 공부해 주목받기도 했다.
일본의 고교·대학의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 중에서는 프로야구 선수를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마추어 정신을 가지고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고교야구 봄·여름 고시엔(甲子園) 대회는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학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방학 때 열릴 정도다.
미야다니 선수가 야구 팬들의 주목 속에 도쿄대 법학부라는 학벌을 버리고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루긴 했으나 프로선수로서 향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본에서 그동안 명문대 출신 프로야구 선수가 간혹 있었지만 거둔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국립 교토(京都)대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다나카 에이스케(田中英祐) 투수는 지난 3년간 0승1패, 방어율 13.50의 성적으로 주전에서 멀어졌다.
미야다니 선수는 "(학력을 살리는 일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 미련은 없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지금부터 프로세계에 도전하겠다"며 "내가 지명된 선수 중 가장 못 하는 선수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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