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 다하는 기업 투자 강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앞으로 국민연금의 투자기업 지형도에 큰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투명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제한하는 쪽으로 투자방향을 잡기로 했기 때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 중에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 가동해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를 강화해 명백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은 기금 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 변경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이나 일본 전범기업 등에 투자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그간 사회책임투자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비중이 작고, 투자 기준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SRI)펀드 투자 규모는 6조3천706억 원으로 전년보다 5천137억원 줄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유형 중 하나로 SRI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주식 위탁 규모와 비교해 SRI펀드 비중도 2015년 15.08%에서 2016년 13.38%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사회책임투자 중 대형주 투자비중은 78.1%에 달하며, 소형주는 11.71%, 중형주는 0.74%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책임투자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투자형태를 반영하듯 국민연금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기업이라도 수익성을 토대로 투자해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받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7년 3월 현재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투자액은 2조7천578억원(평가금액 기준)으로 2016년말 대비 9.1%(2천301억원) 증가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50.5%(9천255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를 낸 영국의 옥시레빗밴키져 주식을 1천859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409억원이나 많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3년 말 51개 기업 6천8억원(평가금액 기준)에서 2017년 6월 73개 기업 1조3천699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새 투자기업 수는 1.4배, 평가금액은 2.3배 많아졌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쌈짓돈으로 조성됐기에 사회적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기업에 투자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기반을 두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과 전범 기업에는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근 의원은 "국민연금 국익에 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즉각 멈추고, 투자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투자자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5년전보다 사회책임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한국 투자자들의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슈로더투신운용이 '슈로더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 2017'의 하나로 지난 6∼7월 한국 투자자 507명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중국 등 28개국 2만여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전 세계 응답자 중 사회책임투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자는 80%로, 한국보다 다소 높았다.
전 세계 ESG 투자자금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국제단체 글로벌전략투자얼라이언스(GSIA)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 투자하는 'ESG투자' 잔고는 2016년 23조달러(약 2경6천조원)로 2년전보다 25% 늘면서 세계운용자산의 30%에 육박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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