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나지완에 140억원…양현종과는 1년 계약 이끌어
이명기·김민식·김세현 등 트레이드로 전력 공백 채워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선수 몸값에도 요지부동이었던 '100억원의 벽'을 단번에 허물어버린 건 KIA 타이거즈였다.
명가 재건을 위한 리빌딩이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KIA는 지난해 11월 4번 타자 자리를 채우기 위해 FA 시장에 나온 최형우를 4년 총액 100억원에 영입했다.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이대호에게 4년 총액 150억원을 안기며 최형우의 기록은 금세 깨졌지만,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100억원 선수가 KIA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거액 계약 후 부진한 이른바 'FA 먹튀'가 적지 않았다.
KIA 역시 수차례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있지만, 11번째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여기에 자팀 FA였던 나지완과도 4년 40억원에 계약했다. 향후 KIA가 타자 2명에게 4년 동안 지급해야 할 돈이 140억인 셈이다.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2016년 팀 타율 0.286으로 10개 구단 중 9위였던 KIA는 올해 0.302로 역대 팀 타율 1위로 거듭났다.
최형우와 나지완 둘만의 공은 아니지만, 이들의 활약에 나머지 타자도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다.
최형우는 정규시즌 맹활약으로 KIA의 한국시리즈 직행 일등 공신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답게 후배를 다독이며 'V11'에 힘을 보탰다.
나지완 역시 5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3차전에는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을 떠올리게 하는 대타 2점 홈런포를 터트려 존재감을 뽐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도 자칫하면 팀을 떠날 뻔했다.
해외진출을 모색하던 양현종은 일본 구단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고, KIA도 양현종과 '아름다운 작별'을 예감하며 가용 예산을 FA 계약에 투자했다.
양현종은 "KIA에서 동료들과 우승하고 싶다"며 급선회했고, KIA는 4년 계약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양현종과 1년 총액 22억5천만원 계약을 끌어낸다.
구단은 양현종에게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덕분에 초대형 FA 선수를 1년 계약으로 붙잡았다.
양현종은 정규시즌 20승과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 5차전 세이브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겨울 동안 적시 적소에 돈을 쓴 KIA는 시즌 개막 후에도 가만있지 않았다.
개막 직후 SK 와이번스와 4대 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수 김민식, 외야수 이명기, 내야수 노관현·최정민을 데려오면서 외야수 윤정우·노수광, 포수 이홍구·이성우를 내줬다.
이른바 '신의 한 수'로 남은 트레이드다.
이명기는 한국시리즈 내내 KIA 톱타자로, 김민식은 안방마님으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명기는 팀에서 가장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로 상대를 흔들어놓았고, 김민식은 처음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는 선수답지 않게 침착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선수단 구성의 '화룡점정'은 마무리 김세현 영입이다.
허약한 불펜이 고민이던 KIA는 시즌 중반 핵심 유망주를 내주고 FA를 눈앞에 둔 김세현을 영입하는 '메이저리그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 세이브왕 김세현은 올 시즌 고전을 겪고 있었지만, KIA 구단은 "원래 공이 좋은 선수니 동기부여만 되면 살아날 것"이라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김세현은 KIA가 찾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정규시즌 후반기부터 한국시리즈까지 KIA 뒷문을 틀어막고 상대 구단의 희망을 지웠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우승을 목표로 매년 적지 않은 돈을 쓴다. 물론 투자 대비 성과는 극과 극이다.
KIA가 올해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른 것처럼, KIA 구단의 '후방 지원'도 단연 일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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