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좌장 화려한 부상 전권장악…러시아 인사와 막후 접촉
우크라이나 대선개입 드러나 낙마…배넌이 바통 이어받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 캠프 전 선대본부장 폴 매너포트(68)를 기소함으로써 매너포트의 작년 대선 당시 행적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30일(현지시간) 매너포트와 그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리처드 게이츠가 관련된 일련의 사건 일지가 이들과 거리를 두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악관 법무팀의 타이 콥 변호사는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에게 일어난 일과 어떤 관련성도 없다. 그저 친구이자 옛 동료로서 그들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인사들을 결합시키는 연결 고리로 활동한 정황을 일지(타임라인)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미 ABC 방송도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을 때부터 퇴출될 때까지 과정을 일지로 정리했다.
USA투데이는 작년 5∼7월 매너포트가 어떻게 러시아 측과 엮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일지로 분석했다.
▲ 2016년 3월 29일 = 매너포트가 공화당 전당대회 컨벤션 매니저로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트럼프 캠프에선 "매너포트는 트럼프를 이 어려운 시기의 적임자라고 판단해 자신의 통찰력과 전문성을 갖고 자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 4월 16일 = 매너포트는 선대본부 회의에서 향후 대선 유세의 비전을 제시했다. 지출을 늘리고 더 많은 스태프를 고용할 것을 제안했다.
▲ 〃 5월 19일 =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 좌장인 선대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수석 전략가 직함도 같이 유지했다. 이 시점부터 매너포트는 선대본의 '전권'을 행사한다.
▲〃 5월 말 =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 수장이 된 직후 캠프의 외교정책 자문역인 조지 파파도폴로스가 매너포트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러시아 쪽 인사가 미스터 트럼프를 언젠가 꼭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스캔들의 서막이었던 셈이다.
▲〃 6월 = 매너포트 일행이 트럼프 타워에서 러시아 측 여성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와 만난다. 베셀니츠카야가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힐러리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 성사된 자리였다.
실제 회동 주선자인 로브 골드스톤은 "아버지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환심을 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트럼프 당시 후보는 "클린턴 캠프에 뭔가 일이 벌어질 거다. 매우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 6월 20일 = 매너포트가 트럼프 진영 내 '권력 암투'에서 완승을 거둔 날이다. 직전까지 선대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코리 르완도스키가 캠프에서 떠났다. 르완도스키는 심지어 왜 그만두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매너포트가 최소한 작년 4월 7일부터 트럼프 대선 캠프를 장악해왔다고 평가했다.
르완도스키는 며칠 뒤 CNN의 정치평론가로 영입됐는데 방송에서도 매너포트에 대해 나쁜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당시로선 그만큼 매너포트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 7월 7일 = 뮬러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아마도 가장 주목한 날이었을 걸로 관측되는 시점이다.
매너포트는 러시아 기업인인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 회장 올레그 데리파스카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대선 레이스에 관해 사적인 브리핑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데리파스카는 크렘린과 연계돼 있었고 직전까지 매너포트의 돈줄이기도 했다.
▲〃 7월 19∼21일 =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시기다. 매너포트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다. 매너포트는 행사를 지휘하고 막후에서 조직력을 발휘했다.
▲ 〃 7월 31일 = 매너포트가 ABC 방송에서 처음으로 러시아 스캔들을 입 밖으로 내고 자신은 결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매너포트는 '트럼프 후보와 푸틴 대통령, 러시아 사이에 어떤 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어리석은 말이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 8월 14일 = 뉴욕타임스가 우크라이나 대선 불법자금과 관련된 계좌 명단에 매너포트의 이름이 기재된 사실을 보도했다.
매너포트는 "나는 선거 캠페인 프로페셔널이다. 미국에서도 일하지만 외국에서도 일했다"며 우크라이나 대선 관련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후 의혹은 사그라지기는커녕 일파만파로 커졌다.
▲〃 8월 19일 = 트럼프 후보는 결국 매너포트의 선대본부장 사임 사실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후보는 "오늘 아침 폴이 사의를 표했고 내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 후 매너포트가 쥐고 있던 바통을 스티브 배넌이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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