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중정상회담·당대회 후 시진핑 1인 체제 강화 바탕 사드 유연성
사드 갈등 지속에 따른 한중 양국 간 외교·경제적 어려움도 고려한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 지도부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중 갈등을 풀고 관계 개선을 택했다. 여러가지 실리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선 사드 배치를 반대해야 할 명분으로 내세웠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의 한국 참여를 '방어'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돼온 미일 동맹 결속 강화를 바탕으로 한미일 동맹으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저지'했다. 아울러 사드 배치에 적극적으로 저항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사드는 더는 배치할 수 없도록 '단속'했다.
중국은 이를 '삼불(三不)'이라고 주장했고, 이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30일 국회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
강 장관은 국정감사 질의 답변 과정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체제에 불참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중국은 같은 날 화답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관영 TV매체인 CCTV 기자의 질문 형식으로 강 장관의 '삼불'을 환영했다.
이어 31일 한중 양국은 공식적으로 1년 넘게 진행돼온 사드 갈등의 고리를 끊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한중 양국이 각 분야에서 조속한 교류 정상화에 합의?다고 발표했다.
사실 사드 문제의 본질은 미중 갈등이자 '1인천하'로 내달리려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 내부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의 집권 2기 장악력을 더 공고하게 만든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종료되고, 다음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통한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해결의 모멘텀을 맞았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신중한 사드 문제 접근이 어우러지면서 한중 사드 갈등 해결로 골인했다고 할 수 있다.
미중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에 버금가는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서려는 집권 2기의 시 주석은 미중 갈등의 표상이라고 할 사드 갈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인체제가 현실화하면서 절대권력에 바탕을 두고 시 주석이 한중 관계에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 내에서도 사드 배치의 본질은 미국의 '중국 포위' 목적이기 때문에 한국을 겨냥한 보복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기 때문에 사드 결사 반대의 목적인 미국의 대(對) 중국 포위를 일정 수준 해소할 수 있다면 중국 내 여론도 저항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중 관계 훼손으로 중국 또한 적지 않은 경제 손실을 보고 있는 데다 한미일 동맹 가속화와 대북 제재로 북한의 중국의 영향권에 자꾸 멀어지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 경색이 지속되면 동북아에서 중국의 외교력이 협소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 또한 이번 사드 문제가 해결된 일부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4년 뒤에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이에 따라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시 주석 또는 중국 고위층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워야 자신들이 주최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시진핑 집권 2기가 출범한 상황에서 최대 주안점을 두는 트럼프 방중이 임박해있고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다가오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 갈등 해소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31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한중 양국이 사드 공동 합의문을 내고 양국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로 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19차 당 대회가 끝나고 시진핑 2기 지도부가 출범하면 한중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왔던 것은 한국과 중국이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계속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다만 사드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명분이 필요했는데 중국의 새 지도부 구성은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선 이제는 사드 보복으로 희생됐던 한중 간 경제·문화·사회 교류 등을 어떻게 복원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한류 방영 금지,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등이 사드 갈등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중 한국 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사드 보복으로 그동안 적지 않은 피해를 봐왔지만 우리측 파트너인 중국 기업들도 불만이 많다"면서 "중국 정부로서도 마냥 중국 기업들에 손해를 감수하라고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 발표를 통해 한중 간 교류 정상화 합의를 알리고, 한국 측이 중국의 사드 문제 입장과 우려를 안다고 표명했다면서 사드 문제는 한중 군(軍) 채널을 통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중국 내에선 사드 반대가 "정당했다"는 명분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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