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진 과실 인정할 근거 없다' 판단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 측 동의 없어도 의료사고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될 수 있게 하는 일명 '예강이법'('신해철법')의 주인공 전예강 양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이원신 부장판사)는 2014년 코피가 멈추지 않자 응급실을 찾아 처치를 받던 중 쇼크로 숨진 전예강(당시 9세) 양 유족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의료진은 전양의 용혈성 빈혈, 백혈병 등에 대한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시행했거나 골수검사를 시행할 예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관한 감별진단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전양이 뇌수막염 증상 중 하나인 발열 증상을 보인 점, 전양에게 나타났던 의식 저하의 원인이 다양할 수 있어 검사가 필요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이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이를 진단하고자 요추천자 검사를 한 것에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혈 처방이 지연됐다는 유족 주장에 대해선 "각 시각이 기록된 문서·영상의 근거가 다르므로 기준 시각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수혈이 지연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환자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추천자 검사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주장도 "전양은 검사가 가능한 상태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양은 2014년 1월 23일 오전 9시 47분께 응급실을 찾았다가 오후 4시 54분께 숨졌다. 선행사인은 빈혈과 상세 불명의 혈소판감소증, 직접사인은 저혈량성 쇼크와 상세 불명의 출혈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양 부모와 오빠 등 유족은 그해 6월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4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족은 "응급실 내원 당시 용혈성 빈혈이 의심되는 상태였으나 의료진은 뇌수막염으로 오진해 불필요한 요추천자 검사를 했다"며 "의료진이 응급으로 수혈을 처방하지 않아 수혈 처치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또 "요추천자 검사는 응급으로 할 필요가 없어 수혈이 종료된 후 환자가 안정을 찾은 상태에서 했어야 함에도 의료진은 수혈 시작 직후 요추천자 검사를 무리하게 진행해 환자에게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이날 오전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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