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올림픽 성화 제주 봉송 '닮은꼴, 다른점'

입력 2017-11-01 07:02  

30년 만의 올림픽 성화 제주 봉송 '닮은꼴, 다른점'

1988 서울·2018 평창, 해녀·조랑말 단골…첨단 해저로봇 새로 등장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신명 난 꽹과리와 북소리가 제주공항 활주로에 안착한 올림픽 성화를 맞았다.

공항 상공에는 어린이들이 날린 1만여 개의 풍선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선녀 분장을 한 무용단 88명은 성화를 비행기에서 밖으로 옮기는 일행을 영접했다.

거리는 88 서울올림픽 성화를 맞는 시민들의 환호와 갈채로 가득했다.


'손에 손잡고'를 목청껏 열창했던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성화가 제주에 도착한 것은 그해 8월 27일이다.

나흘 전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된 성화는 대한항공 전세기에 실려 개최국 첫 봉송지인 제주도로 날아왔다.

1988년의 감동을 간직한 제주에서 30년 만에 올림픽 성화가 다시 뛴다.

내년 2월 열리는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에 불을 댕길 성화가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제주 봉송 길에 오른다.

엄청난 인원이 동원됐던 30년 전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환영행사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올림픽 열기를 띄우고 제주 문화와 한국을 알리기 위한 의미는 같다.

제주의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30년 전에는 성화를 실은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제주공항 주변에서 환영 무대가 마련됐다.

제주의 창조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영등굿 놀이', 주민의 삶이 녹아 있는 '멸치 후리기 해녀놀이' 등의 전통 민속을 세계에 선보였다. 옛 탐라국 시조신화를 풀이한 무용극도 펼쳐졌다.

제주도교육위원회가 기획한 당시 환영행사는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민속과 무속의 잔치를 벌이되 현대와의 조화, 동·서양 예술의 만남을 기조로 했다.

성화봉송구간은 총 50개 구간 209.1㎞였다. 36개 구간(33.6㎞)에서 주요 봉송자가 뛰었고, 13개 구간(170.7㎞)에서 차량으로 이동했다.

첫 봉송 주자는 체육 꿈나무였다. 당시 김상민(신제주초 6학년·육상)군과 이재희(제주남초 5학년·탁구)양이 주인공. 봉송자가 마을을 지날 때마다 전통공연 등 성대한 환영행사가 펼쳐졌다.

야간에는 제주 시가지 신산공원 성화대로 옮겨져 국내에서의 첫 밤을 밝혔다.





이튿날에는 천연기념물 제주마가 동원된 '기마 봉송'이 이뤄진 후 배편으로 해상 봉송돼 부산으로 향했다.

기마 봉송에는 사또 복장 등을 한 기수 24명이 조랑말을 타고 도심지의 신산공원에서 제주항까지 4.8㎞를 이동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제주에서 이뤄지는 성화봉송도 88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향토문화와 뿌리가 깊은 소재인 말과 해녀가 단골로 등장한다.

성화봉송 첫날인 2일 제주시 일도2동 고마로에서는 기마 봉송이 이뤄진다.

고마로는 조선 시대 수백 마리의 말떼를 방목했던 고마장(雇馬場)이 있던 곳이다. 현재는 거리에 말 모형과 말발굽 형태의 조명이 상징적으로 설치됐고 해마다 말(馬)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기마 봉송은 일도2동 민속보존회 풍물패가 선두에 서고 그 뒤로 기마대 3명이 성화봉송 주자에게 불꽃을 넘겨받아 성화를 옮긴다.

제주 해녀들이 펼치는 이색 봉송도 볼거리를 선사한다.

둘째 날인 3일 세계자연유산인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인근 광치기 해변에서는 해녀들이 성화를 들어 수상에서 자맥질하거나 잠수하며 해산물 채취작업을 연출하는 색다른 봉송이 이뤄진다.

이번 성화봉송에서는 최첨단 해양 장비 등 발전된 기술이 총동원되는 점에선 30년 전 그날과 다른 면모를 보일 예정이다.

해녀들의 성화봉송에서 세계 최초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로봇 '크랩스터'가 동원돼 수중에서 오색기를 펼치며 해녀와 함께 성화를 봉송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 문화와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최첨단 해양 장비 기술을 선보이게 된다.

제주에서는 국제공항∼한라대학 사거리∼제주종합경기장∼연삼로∼고마로∼탑동광장(2일·21.4㎞), 중문신라호텔∼서귀포시청 2청사∼표선교차로∼성산포 광치기해변∼성산일출봉(3일·76.9㎞) 구간을 봉송한다.

총 167명의 주자가 뛰면서 성화를 봉송하고 62.6㎞ 구간에서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성화봉송에는 외국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 정착 주민, 장애인 단체, 청년 인재, 중소기업인, 체육유공자 등이 참여한다.

양은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장이 한라병원에서 200여m가량 성화 봉송해 제주도 추천 주자 중에서 가장 먼저 뛰게 된다.

이어 양방규 도 바르게살기위원장, 문정복 도 새마을부녀회장, 부재호 한국예총 도 연합회장, 이유근 도 자원봉사협회장, 김종의 금능농공단지 기업인 대표, 김기성 도 새마을회장 등이 첫날 봉송에 참여한다.

둘째 날인 3일에는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을 시작으로 김병수 서귀포자원봉사센터장, 홍성직 도 정착주민위원장, 강지훈 제주관광대 총학생회장, 강경화 대한노인회 도 연합회장 등이 성화봉을 잡는다.

국내 첫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은 성화가 도착한 1일 인천공항에서 인천대교까지 진행돼 제주가 국내 두 번째 봉송지다.





지난달 24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성화는 7일간 그리스 봉송을 끝내고 지난달 31일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한국 성화 인수단에 건네졌다.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내년 2월 9일까지 101일 동안 7천500명의 손에 들려 전국 방방곡곡 2천18㎞를 도는 본격적인 봉송에 돌입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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