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식품의 건강 유익성 주장' 승인제도 20여 년 만에 첫 사례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콩이 심장질환 위험을 줄여준다는 표현을 식품업체가 쓸 수 있도록 승인한 조치를 18년 만에 취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승인 당시와 달리 그런 효과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FDA는 30일(현지시간) "콩 단백질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CHD) 위험을 줄여준다"는 내용의 '승인된 건강 유익성 주장'(Authorized Health Claims ; AHC)을 취소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고시했다.[https://www.fda.gov/newsevents/newsroom/pressannouncements/ucm582744.htm]
CHD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혈전이나 수축 등의 병변이 생겨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심근경색, 협심증을 비롯한 가장 흔하고 심각한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FDA는 앞으로 75일 동안 이해관계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뒤 취소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지난 1990년 제정된 '영양 표시 및 교육법'에 따라 그동안 특정 식품(또는 그 성분)이 특정 질환의 예방 등에 효과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됐을 경우 식품업체 등이 광고나 포장지에 AHC 사용을 승인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동안 '칼슘과 비타민D가 골다공증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든가 '특정 과일이나 채소가 암 위험을 낮춘다'는 등 총 12종에 대해 AHC를 승인했다.
콩 단백질에 대해선 1997년 승인해줬다. 콩 단백질 섭취가 혈전 등의 원인인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질(LDL)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에 근거해 관상동맥성 심장 질환(CHD) 위험을 낮춰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후 그런 효과가 없다거나 있더라도 매우 미미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자 FDA는 2007년 이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FDA가 재검토 10년만에 "총체적으로 관련 증거에 일관성이 없고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하지 않아 엄격한 허가 기준에 맡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공공이익을 위한 과학센터'(CSPI)의 영양학자인 보니 리브맨은 적색육을 콩으로 대체하면 CHD와 관련해 건강상 혜택을 볼 수는 있지만, 이는 적색육 섭취 감소로 인한 것이지 콩 단백질 속의 특별한 효능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는 전했다.
FDA는 이번 취소 예고는 '콩 단백질과 CHD의 상관관계'에 대해서일 뿐이며 각종 콩 식품의 건강에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HC 승인 취소는 이 제도 운용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의학 및 소비자단체들은 FDA 방침을 환영한 반면에 식품업체들은 불만을 표하면서 콩 단백질의 이런 효과를 인정하는 나라들도 여럿 있다며 반발했다.
FDA는 AHC 승인은 취소해도 추후 검토해 이른바 '검증된 건강 유익성 주장'(Qualified Health Claims; QHC)의 사용은 승인해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QHC는 AHC에 비해 증거가 제한적일 경우에 허용한다. 대신에 광고 등에서도 덜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상반되는 증거를 함께 설명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이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콩 단백질 AHC 취소를 요구해온 미국심장협회(AHA)는 일반 소비자들은 QHC와 AHC의 차이나 관련 문구의 의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아예 QHC 승인도 해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건강 및 운동 열풍이 맞물려 콩 가공식품은 물론 콩 단백질 추출 제품 등의 섭취가 근년에 폭증하고 있다.
보건전문가들은 일반적 콩 가공식품은 과도하게 섭취할 위험이 적지만 콩 단백질 농축 추출 제품 등이나 고기 등으로 단백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심장질환이나 위산 역류, 통풍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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