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브·우엘벡 등 경장편 소설 8편 새단장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최근 한국소설의 트렌드 중 하나는 분량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2015),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2016) 등 최근 히트작들은 200쪽, 원고지 기준 500매 안팎의 경장편이 많다. 지난달 영화 개봉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2013)도 176쪽짜리다.
짧은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취향에 맞춘 외국문학을 발굴하거나 기획해 새롭게 펴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 등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재미를 본 민음사는 지난해 12월 200쪽 안팎 분량의 문고본으로 편집한 '쏜살문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등 기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록작 가운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단편 또는 에세이를 고르거나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처럼 오스카 와일드의 에세이·산문시·인터뷰 등을 모아 새로 편집하는 식이다. 최근 이 시리즈로 출간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소설 두 권은 해설까지 합해 각각 200쪽이 안 된다.
출판사 열린책들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외국 문학작품 가운데 프랑스 소설을 중심으로 '블루 컬렉션'이라는 이름의 시리즈를 시작했다.
최근 1차분으로 나온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앙투안 로랭), '투쟁 영역의 확장'(미셸 우엘벡), '오후 네시'(아멜리 노통브), '두 해 여름'(에리크 오르세나) 등 여덟 편은 모두 200쪽 안팎, 원고지 400∼700매 분량의 경장편 소설이다. 장 에슈노즈의 '달리기'는 160쪽에 불과하다. 모두 과거 펴냈던 책들이지만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와 '오후 네시'를 제외하면 절판 상태였다.
열린책들은 프로이트·카잔차키스·도스토옙스키·볼라뇨 등의 전집을 펴내며 작가와 작품의 무게를 강조해온 출판사다. 그러나 이번엔 '일상성'과 '가벼움'을 내세워 편집 방향에 변화를 줬다. 문고판처럼 한 손에 들어오는 판형에 연장정(소프트 커버)으로 부담없이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열린책들 관계자는 "각종 스마트 기기 발달로 점차 독자의 손에서 멀어지고 있는 책을 좀더 친근하고 가볍게 만들어 다시 손에 쥐여주려는 의도"라며 "우선 출판사 전문 영역인 프랑스 문학 위주로 골랐지만 국적에 구애되지는 않을 것이고 신간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권 160∼288쪽. 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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