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리 국민 7명을 포함한 어부 10명이 탄 어선이 북한에 나포돼 일주일 가까이 억류됐는데도 정부 당국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어선 '391 흥진호' 사건과 관련해 "사건 발생 일주일간 나포를 모르고 있던 일에 책임장관으로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경진 해양경찰청장도 "나포를 몰랐던 것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동해 대화퇴어장 부근에서 조업하던 흥진호는 지난 21일 북한에 나포됐다가 엿새만인 27일 풀려났다. 정확한 나포 경위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귀환 선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밝혀지겠지만 흥진호는 21일 오전 1시 30분께 대화퇴어장 부근에서 무장한 북한 경비정 2척에 의해 나포됐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흥진호의 송환 방침을 알릴 때까지 이 배가 북한에 의해 나포됐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방부 장관은 물론이고, 해양경찰을 지휘하는 해양수산부 장관도 북한의 우리 선박 나포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건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 해역에 인접한 곳에서 우리 어선이 실종됐다면 북한에 의한 나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처했어야 마땅하다. 대화퇴어장 근해는 2010년 8월에도 대승호가 북한에 나포됐다가 한 달 만에 송환된 곳이다. 오죽하면 야당 의원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조차 국정감사 등을 통해 흥진호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겠는가. 정부 당국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군 당국과 해양경찰, 나아가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 공유나 공조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흥진호 나포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송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해경은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흥진호 실종 다음 날인 지난 22일 오전 8시 2분께 관련 사실을 청와대, 총리실, 국가정보원, 해양수산부, 해군, 중앙재난상황실 등 유관기관에 알렸다고 해명했다. 또 27일까지 함정 20척과 항공기 9대를 동원해 광범위한 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해경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국방부나 청와대, 총리실, 해양수산부 등은 해경의 보고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거나, 해경 보고가 해당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책임자한테까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흥진호 실종과 관련한 정보가 군의 지휘계통을 통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송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드러났다. 송 장관은 31일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방위 종합감사에서 "해군작전사령부가 해경과 공조해 수색 작전을 했으나, 해작사 자체에서만 상황을 관리하고 합참과 국방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비태세검열단을 부산 해작사와 동해 1함대에 파견해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한다고 한다. 설사 정부 당국이 북한에 의한 나포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흥진호의 실종 사실 자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도 철저히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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