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UAE 원자력협정 '골드 스탠더드'와 다른 방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향후 자국에 건설할 원자력발전소에 연료로 쓰일 우라늄을 자급자족하겠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우디의 핵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정부기구인 킹압둘라시티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의 하심 빈압둘라 야마니 원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야마니 원장은 "(발전용) 우라늄 생산과 관련해 사우디는 핵연료를 자급자족하기 위한 첫 단계로 국내에서 우라늄을 추출하겠다"면서 "사우디는 채산성이 검증된 우라늄 원광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엔 6만t의 우라늄 원광이 매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이달 초 나왔다.
연료봉 생산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발전용 우라늄의 자급자족 계획엔 농축우라늄 자체 생산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우디에 건설될 원자력발전소의 수주처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핵심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국가의 회사가 이를 수주한다면 미국과 원자력협정(이른바 123협정)에서 이를 허가받아야 한다.
원자력협정의 조건을 명시한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ENR)를 하려면 미국 정부와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우디는 이란의 '핵위협'을 지렛대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의 핵연료 자급자족 계획은 걸프 지역에서 처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이웃 아랍에미리트(UAE)와는 다른 방향이다.
UAE는 2009년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으면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않고 연료봉을 수입(이른바 골드 스탠더드)하는 조건을 수용했다.
사우디는 내년 말까지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203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7기(발전량 1만7천600㎿)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첫 원자력발전소 2기를 놓고 한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미국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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