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 케리 브라운 신간 'CEO 시진핑'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최근 끝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천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시진핑 개인숭배 체제로 퇴보했다는 비판까지 내놨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인 케리 브라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중국학 교수는 "시진핑의 야망이 과도한 권력욕의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 1등 서기관 등을 지내며 중국을 20년간 경험한 브라운 교수는 신간 'CEO 시진핑'(시그마북스 펴냄)에서 시진핑과 그가 가진 권력을 분석한다.
브라운 교수의 분석은 시진핑에 대해 알려면 우선 중국공산당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중국의 권력은 중국공산당에 있으며 시진핑은 공산당이 정해놓은 한계 안에서만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라는 시각에서다.
저자는 공산당을 만든 마오쩌둥과는 달리 시진핑은 이미 공산당 안에 속해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다르다고 본다.
책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국민에게 외세에 권력이 넘어가 수모를 당했던 중국의 존엄성을 회복한 존재다. 또 1980년대 이후 중국을 더 부유하고 강한 나라로 만든 것도 중국공산당이다. 중국공산당은 국가의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고 강력하며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존재로 당을 인식시키려 애쓰고 있다.
저자는 시진핑이 이런 공산당의 노력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리커창(李克强)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고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시진핑이 공산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일관되게 외부에 알려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07∼2012년 시진핑은 공산당은 인민을 섬겨야 하며 공산당이 맡은 주요 책임은 인민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금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시진핑은 중국이 위대한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역사의 부당함을 바로 잡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왔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은 당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면 이를 움직여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 공산당의 야망과 정신을 의인화한 존재이자 공산당의 가장 충실하고 진정한 종복"이라며 "시진핑의 힘은 공산당에 대한 그의 이상과 신념, 열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책은 '인간' 시진핑과 시진핑을 둘러싼 인맥들,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시진핑의 시각 등을 통해 시진핑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시진핑의 '절친'으로 이번 당대회에서 중앙조직부장으로 승진한 천시(陳希)와 상무위원이 된 '책사' 왕후닝(王호<삼수변+扈>), 부총리 가능성이 큰 '경제책사' 류허(劉鶴) 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룬 부분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북한 관련 대목이 눈에 띈다.
브라운 교수는 "시진핑이 북한에 갖는 주된 감정이 멸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시진핑은 전임자들처럼 북한의 협박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마키아벨리식으로 북한을 조정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원서는 2016년 출간됐다. 브라운 교수는 출간 시점을 기준으로 "시진핑이 과도한 권력욕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면서도 "만일 2021년까지 중국을 자신감 넘치고 부유하며 지속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정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행했을 경우 국민이 그의 임기 연장을 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지영 옮김. 33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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