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 장종훈 코치 모두 육성 선수 출신
"눈앞 성적보다 장기계획 세우겠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화 이글스는 10년째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신생팀 kt wiz를 제외하면 가장 오해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팀이다.
하지만 한화는 당장 가을 무대의 한을 푸는 것보다 육성 쪽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한용덕(52) 신임 감독과 계약을 하면서도 한화는 "육성 쪽에 더 신경을 써달라"고 청했다.
한 감독은 "내 생각과 다르지 않다. 다만, 감독으로서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팀을 이끈 2015년과 2016년, 한화는 '순위 싸움'을 했다. 육성보다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열망했다.
한화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싸웠지만 2015년 6위, 2016년 7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한화는 생각을 바꿨다. 프런트는 '1군과 2군 분리'를 천명하며 육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1군은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팀을 꾸렸다.
김성근 전 감독이 5월 23일 퇴진한 것도, 1군 수장과 프런트의 '다른 목표'가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을 선임하며 처음부터 '육성'을 새 사령탑의 목표로 제시했다. 전임 사령탑보다 구단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최근 한화의 행보도 한 방향을 향한다.
서산전용연습구장의 대대적인 시설 확충에 나섰고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근우, 이용규 등 팀의 주축이었던 내부 FA와 협상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코치가 육성 선수로 시작해 프로야구 스타로 성장한 경험을 가진 이글스 출진 지도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군 선수들에게 1군 코칭스태프가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리빌딩에 성공하면 '한화 출신 지도자가 팀을 재건했다'는 멋진 그림도 그릴 수 있다.
한화가 참고해야 할 이상적인 그림은 최근 3년 사이의 KIA 타이거즈다.
2015년 정규시즌 개막전 KIA 선발 라인업은 김주찬(좌익수), 강한울(유격수), 브렛 필(1루수), 나지완(우익수), 최희섭(지명타자), 이범호(3루수), 김원섭(중견수), 최용규(2루수), 이성우(포수)였다.
KIA가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올해 팀에서 뛴 선수는 김주찬과 나지완, 이범호 3명뿐이다. 3명의 베테랑을 제외하면 KIA 야수진의 얼굴이 모두 바뀌었다.
김기태 감독은 여러 선수를 기용하며 옥석 고르기에 나섰고, 구단은 어느 정도 리빌딩이 완성 단계에 이르자 FA 최대어 최형우를 4년 100억원에 영입했다.
리빌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트레이드로 풀었다. 톱타자 이명기, 주전 포수 김민식은 시즌 초 SK 와이번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2015년 입대한 안치홍과 김선빈이 2017시즌부터 풀 타임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다.
이런 계획 없이 "무조건 젊은 선수"를 외치는 건 위험하다.
한용덕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베테랑과 유망주 사이의 격차를 좁혀나가면서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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