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판 철수한 자리 곳곳에 쓰레기 가득…취식행위·위생문제 우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수도권에서 가장 손쉽게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꼽히는 인천 소래포구.
지난달 31일 찾은 이곳 어시장은 올해 3월 대형화재로 큰 피해를 본 뒤 현재까지 온전한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장철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부들이 삼삼오오 장바구니를 들고 좌판상점을 돌며 상인과 수산물값을 흥정했다.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들도 포구 곳곳을 둘러보다가 전어, 꽃게, 새우젓 등 수산물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평년 이맘때 인파로 북적이던 어시장 골목은 한가했다. 상당수 좌판상점이 문을 닫거나 텅 빈 자리만 남기고 떠난 탓이다.
이들 자리에는 '소래어시장 현대화개발로 좌판상점을 어시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해오름공원으로 이전했다'는 안내문만 남아 있다. 대부분의 자리에는 폐집기류 등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일부 빈자리와 어시장 화재사고 지역은 어시장 고객들의 대기실이 되거나 취식자리가 됐다.
상인 A(53·여)씨는 "상당수 상인이 현대화사업이 곧 추진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좌판을 인근 공원으로 임시 이전했다"며 "공원에 좌판을 놓는 게 불법인 탓에 나머지 상인들은 이전을 결정하지 못했거나 반대하며 어시장에 남았다"며 이곳 상황을 전했다.
현대화사업은 관할 남동구가 소래포구 어시장 일대 국유지(4천153㎡)를 매입해 1층 규모의 어시장 건물(연면적 3천308㎡)을 신축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화재사고가 빈번한 어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고자 시작됐지만, 사업 기간에 좌판을 임시 이전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가 됐다.
상인들은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근 해오름공원을 무단점용하며 몽골 텐트를 설치하고 좌판을 옮겼다.
공원으로 좌판을 이전한 상인 B(51)씨는 "상인들은 화재사고로 피해를 본 데다 복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며 "좌판 공원 이전은 불법인 줄 알았지만, 생존을 위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바다와 인접한 해오름공원은 150여 개의 몽골 텐트가 점령하면서 곳곳이 파헤쳐졌다. 공원 배수로에는 수산물 찌꺼기가 쌓여 악취가 코를 찌른다.
공원 한쪽에는 몽골 텐트 내 전구를 밝히는 대형 발전기가 쉼 없이 작동하며 소음을 뿜어댄다. 인접 가로등은 발전기와 좌판상점을 연결하는 전선과 연결돼 미관이 엉망이다.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진다는 주민들의 푸념도 들렸다.
애초 인근 아파트 단지인 에코메트로 12단지 주민들은 소음, 악취, 시설물 훼손 등을 우려해 좌판상점 공원 이전에 반대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주민들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남동구를 규탄하며 장석현 남동구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주민 C(48)씨는 "불법 주·정차, 취식행위 등 그동안 소래포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던 행위들이 소래어시장 내부와 인근 공원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주민들은 어시장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영상을 유포하는 등 상인들의 위법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주민들 분위기를 전했다.
최성춘 에코메트로 12단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인들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주민 피해를 초래하는 불법을 용인할 수 없다"며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남동구는 상인대표 4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몽골 텐트를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3차례 상인 측에 보내며 불법 행위에 대응하고 있다.
남동구 관계자는 "계고장에 고지한 대로 오는 6일까지 몽골 텐트를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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