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의혹 부산대병원 교수, 수술실 안 들어왔다"

입력 2017-11-01 11:25   수정 2017-11-01 16:54

"대리수술 의혹 부산대병원 교수, 수술실 안 들어왔다"

전공의 목격 증언 처음 나와…병원장 "해당 교수 해명 들으니 문제없다고 판단"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B 교수는 자기 이름으로 된 수술임에도 아예 수술실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A 교수가 B 교수를 대신해 수술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대리수술입니다."

출장이나 외래진료 시간에 대리수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산대병원 B 교수가 실제 수술을 다른 이에게 맡겼다는 전공의 증언이 처음 나왔다.


A·B 교수가 속한 정형외과의 한 전공의는 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B 교수가 지난해 병원 내 주요 보직을 맡은 뒤 수술 필드(수술실)에 오지 않고 B 교수가 대리수술을 한 것을 직접 봤다"며 "내가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것만 7번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 전공의는 "B 교수는 특진(특진비)이 걸린 교수인데 다른 사람이 대신 수술하면 환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지도 교수가 후배 교수에게 수술 중 일부나 마무리를 맡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지도 교수가 지켜보지 않고 수술실을 떠나도 문제가 되는데 아예 수술실에 불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B 교수는 자신이 집도해야 하는 수술에도 수술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수술실에 잠시 머물렀다가 나간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교수 대신 수술실에 들어간 A 교수가 집도한 수술이 문제가 돼 동일한 환자에게 3∼4번이나 재수술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교수는 지난해 6월 병원 내 보직을 맡은 이후 진료·수술과 대외 활동을 병행해왔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외부 활동이 많은 보직교수는 보통 외래진료가 없는 날에 수술을 잡는데 외래진료·출장 일정과 수술을 같은 시간대에 잡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와 대면하는 외래진료의 특성상 같은 시간에 예정된 수술이 대리로 진행된 의혹이 더욱 짙은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 교수가 올해 4번 출장에서 7번 수술한 기록과 수술시간에 외래환자 30명을 진료한 기록 등에 근거해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했다.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이후 부산대병원 정형외과에는 매일 '내가 받은 수술이 대리수술이었는지'를 묻는 항의성 전화가 오고 있다.

B 교수의 수술을 대신한 혐의를 받는 A 교수는 수년간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15년 A 교수에게 피멍이 들거나 고막이 터지는 등 폭행을 당한 전공의들이 A 교수를 처벌해달라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시 폭행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수준에서 무마됐고 병원에 정식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A 교수의 폭행은 계속됐고 2016년에는 기금교수로 승진했다. A, B 교수는 정형외과에서 진료분야가 동일하다.

병원에서 진료기록과 출장 일지 등을 받아 검토 중인 부산 서부경찰서는 대리수술 의혹에 관련해 A·B 교수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대리수술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기나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교수는 대리수술 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경찰 조사를 충실히 받겠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수술을 한 뒤 출장을 갔다"며 대리 수술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이창훈 부산대병원장은 "B 교수의 해명을 들어보니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측은 전공의 폭행도 문제지만 병원 도덕성·의료 윤리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대리수술 의혹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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