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호주 출신의 철학자 피터 싱어(71)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는 '동물 해방론'으로 알려졌지만 공리주의에 입각한 실천윤리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철학과 윤리학에 대해 대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를 지닌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는 논의할 만한 심오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들을 향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명료하게 사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신간 '더 나은 세상'(예문아카이브 펴냄)은 싱어 교수가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실생활에서 찬반이 맞서는 사안들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83개 글의 주제는 광범위하다. 인간의 삶은 어디에서 오고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는가 같은 근원적인 질문부터 중증 장애 신생아를 살려야 하는가, 담뱃갑의 경고 그림은 필요한가, 선행은 남몰래 실천해야 옳은가, 식품업체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로봇이 의식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가, 새해 결심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까지 다양하다.
관습이나 종교, 문화가 아니라 철저하게 '이성'에 바탕을 둔 그의 논리는 논쟁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은 의심할 나위 없는 복지인가'라는 물음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의료 비용을 비교하며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논한다.
미국에서 생명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하는데 20만 달러가 든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 예방접종 프로그램은 300달러 정도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자인 싱어 교수의 관점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부유한 나라에서 한 명의 환자에게 아주 짧은 기간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 20만 달러를 지출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된다.
비만 승객에게 차등요금을 받는 항공사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는 비만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친다.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가방의 무게나 탑승자의 무게는 모두 항공연료와 관련이 된다. 비만 승객이 많을수록 항공연료 사용은 늘어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져 지구 온난화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싱어 교수는 이런 논리로 인류의 행복 가능성과 자연환경을 소중히 여긴다면 '내 몸무게는 개인의 문제'라고만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동물해방론자인 그는 동물을 나타내는 언어적 표현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영어권에서 동물을 대명사로 표현할 때 'that'보다 'who'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언어적 표현에서라도 동물이 인간에 가깝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뉴스 서비스 기관인 '프로젝트신디케이트'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묶은 것이다. 박세연 옮김. 41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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