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핵심 진입한 '인권법연구회'…내년초 정기인사 주목

입력 2017-11-01 17:29  

사법부 핵심 진입한 '인권법연구회'…내년초 정기인사 주목

법관 인사·평가제도 개혁 기대와 함께 '인사태풍' 우려섞인 시선도

김명수 대법원장, 핵심 보직 착점…사법제도·인사제도 개선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대법원이 1일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 4자리에 대한 교체 인사를 단행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언한 행정처 개편과 함께 내년 초 정기인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안팎에서 꼽는 이번 인사의 핵심은 전국 판사 3천명의 임용·승진·배치·평가 등의 업무를 총괄 담당하는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자리에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김영훈(43·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등법원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급)를 앉힌 점이다. 김 판사는 과거 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다.

인권법연구회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2대 회장을 지낸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이다. 일각에서는 모임의 태동 과정, 초기 운영진 구성 등의 측면에서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후 운영과정에서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성향의 판사가 두루 참여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비판하는 학술대회를 열며 대법원장 산하 행정처와 갈등을 빚는 양상도 표출됐다. 이는 행정처가 '인권법' 판사들의 동향을 수집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이어졌고 결국 인권법 판사 다수가 참여한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양승태 대법원의 '충돌' 양상이 전개됐다.

김 판사는 당시 학술대회의 발표자로 나서는 등 인권법연구회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그는 주제 발표에서 "법관이 사법행정권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대법원장의 강력한 인사권이 판사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이 이러한 김 판사를 대법원장의 핵심 인사 참모로 앉힌 점에서 법원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일단 '착점' 자체가 주는 충격파가 크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의 향후 사법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김 판사의 인사총괄 보임으로 인사·평가제도 개혁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은 기대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줄기차게 사법개혁을 주장해왔고 일선 법원에서 근무해 법관들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담아낼 수 있다는 점 등에서다.

이와 함께 한편에서는 내년 2월 정기인사에 인권법연구회발(發) '태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제기된다.

그간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와 행정처 인사파일 조사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지만, 인권법연구회 핵심 출신인 김 판사가 사법부의 인사 관련 자료를 자연스럽게 공식적인 권한에 의거해 들여다보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는 지점이다.

'뜨거운 감자'가 된 '블랙리스트 조사'를 절차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김 판사가 복잡한 별도의 절차 없이도 각급 법원에서 법관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뤄졌고 행정처에 특정 판사들에 대해 어떤 인사 자료가 축적됐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김 판사는 이달 8일 인사총괄심의관으로 정식 발령받은 뒤 정기인사 대상자 선별, 인사 평가 자료 수집 등 정기인사 사전 작업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이끌었던 이민걸 기조실장이 퇴진하고 행정처 근무 경험이 풍부한 이승련 신임 기조실장이 새로 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신임 실장은 꼼꼼한 성격에 치밀한 업무 스타일로 행정처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법원장이 강한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행정처 개편을 추진하는 와중에서도 행정처가 중심을 잡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법제도 개혁과 인사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내년 초로 예상되는 법원의 정기 인사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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