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결혼식 철통보안 뚫은 중국 언론의 '도둑 촬영'과 SNS

입력 2017-11-01 17:19   수정 2017-11-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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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결혼식 철통보안 뚫은 중국 언론의 '도둑 촬영'과 SNS

허가없이 무단 촬영해 실시간 중계…"조치 취하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제는 스마트폰만이 문제가 아니고 드론을 조심해야…."

한류스타 송중기-송혜교 결혼식의 철통보안 원칙이 중국 언론의 드론을 이용한 도둑 촬영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힘 앞에 맥없이 뚫렸다.

10월의 마지막 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류스타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 공식 사진이 배포된 것은 당일 밤 10시였다. 결혼식이 오후 4시에 시작했으니 6시간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결혼식 시작 2시간 전부터 '봉황망'(ifeng.com) '바이두' '싱원제미' 등 많은 중국 매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결혼식 리허설 장면과 사진 촬영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한국 팬들은 이 세기의 결혼식을 '코빼기'도 보지 못하고 있는 시간, 중국에서는 실시간으로 현장의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다.

중국 매체는 생중계를 하면서 해설까지 곁들였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사이트에는 영상을 조각조각 잘라 서비스하는 클립 서비스가 계속 올라왔다.





현장에는 드론 2~3대가 돌아다녔다. 신랑 신부 소속사는 예식장인 영빈관의 정문을 통제했지만 예식이 영빈관 뜰인 야외에서 진행된 까닭에 드론으로 촬영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다 주최측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도둑 촬영'이었다.

송중기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는 1일 "예식을 앞두고 중국 매체 여러 곳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 생중계 제안이 들어왔다"며 "외부 비공개로 조용히 치르자는 게 신랑 신부의 뜻이었기에 당연히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중국 매체가 생중계 대가로 150억 원을 제시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도둑 촬영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블러썸은 "일체 모든 협찬을 거절한 상태였고 생중계를 가지고 돈 얘기를 하지도 않았다"며 "생중계 제안 자체를 처음부터 다 거절했기 때문에 금액 제안이 온 것도 없다. 돈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중국 매체는 처음부터 허락을 받든 안 받든 '태양의 후예'가 낳은 커플인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을 생중계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블러썸은 "드론이 뜰 것이라는 것은 결혼식 전날에 예감했다"며 "호텔 측에서 드론이 돌아다닌다고 알려줘서 결혼식 촬영 예행연습을 하는구나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누가 드론을 띄운 지 몰라 단속을 할 수가 없었다"며 "문제는 중국 매체들이 이렇게 도둑촬영을 한 것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드론 촬영을 통해 중계된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은 10월31일 웨이보 화제 분야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당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 조회 수가 1억6천만 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바이두 등 중국 매체들이 몰래 생중계로 보도하면서 생중계 채팅방에는 597만명이 접속해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 매체가 '도둑 촬영'을 했다면, 하객으로 참석한 중국 스타 장쯔이(章子怡)는 공식적으로 결혼식 사진을 서비스(?)했다. 장쯔이는 송중기-송혜교와 함께 찍은 선명한 사진, 결혼식 장면을 자신의 SNS에 '신속'하게 올렸고 이는 '장쯔이 제공 사진'이 돼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국내 언론도 사진공동취재단을 구성해 높은 곳, 먼발치에서 결혼식을 어렵게 카메라에 담았지만 대부분 초점이 나갔거나 신랑 신부의 얼굴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사진이었다. 접근성이 차단된 탓에 벌어진 안타까운 결과였다.







중국 매체의 파워는 야외 결혼식에 국한되지 않았다. 결혼식에 이어 영빈관 2층 실내에서 진행된 피로연 현장도 이날 밤 8~9시 사이 중국 SNS에 사진과 영상 클립 형태로 퍼져나갔다.

'봉황망'과 '바이두' 등에서도 피로연 클립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으며, 일부 국내 언론은 '중국 MC 척'의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이라며 이를 퍼다 보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지만 송중기와 송혜교의 소속사는 밤 10시 단 5장의 사진만 배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국내외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결혼식인데 포토타임과 기자회견을 가졌더라면 중국의 도둑 촬영으로 인한 허탈감도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블러썸 관계자는 "예식을 조용히 치르겠다는 신랑 신부의 생각이 확고해서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며 "현장에서도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통제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중국 매체의 드론 촬영까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돼 당황스럽다"며 혀를 내둘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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