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예술하는 시대…"창작은 인간의 전유물?"

입력 2017-11-01 17:28   수정 2017-11-01 18:49

인공지능이 예술하는 시대…"창작은 인간의 전유물?"

콘진원-SM,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창작은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1년 반 전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던져진 질문이다.

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콘텐츠시연장에서는 음악을 고리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콘진원과 SM엔터테인먼트가 음악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미래형 콘텐츠를 선보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를 통해서다.

젊은 스타트업 개발자들과 뮤지션들은 지난 8월부터 10주간 진행한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의 저자 조슈아 쿠퍼 라모 등은 이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냈다.





◇인공지능이 쓴 가사, 추천한 음악…번뜩이는 아이디어들

뮤지션 윤상의 사회로 진행된 쇼케이스에는 모두 6개 작품이 공개됐다.

이 가운데 스타트업 '코클리어.AI'가 작곡가, 건축가, 일렉트로닉 뮤지션과 만든 작품 '에트모: 공간생성음악'은 초반부터 눈길을 끌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물을 따라 마시는 소리 등이 마이크에 들어가면 그 상황에 알맞은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 예컨대 라이터를 켜 초에 불을 붙이면, 그 소리를 잡아낸 인공지능은 따뜻하고 편안한 음악을 틀어줬다.

코클리어.AI 한윤창 대표는 "음악 자체로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배경음악'이 아니라 그 공간의 원래 분위기를 증강하는 '환경음악'(ambient music)을 생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작품 '셀렙봇'은 팬들이 아티스트와 직접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욕구에 착안했다. 30억 쌍의 카카오톡 대화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해 아티스트와 가상의 1:1 대화를 할 수 있게 했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즉석에서 소녀시대 써니를 표방한 캐릭터와 1:1 대화를 나눴는데, 김 대표가 '오늘 술 마셔야지'라고 입력하면 '적당히 마셔요'라는 납득할만한 대답을 내놨다.

다만, 대부분의 답변이 단답에 그쳐 영화 '그녀'(Her)의 스마트폰 비서 '서맨사'처럼 주인의 외로움까지 이해하는 성숙한 AI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인공지능 개발자와 작곡가가 함께 작곡하는 '몽상지능'을 비롯해 개발자, 데이터 아티스트, 사운드 아티스트 간 협업으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플레이 위드 에러(Play with error)', 비보이와 AI가 함께 안무를 창작하는 'BBOY X AI' 등은 인간과 기계의 시너지 효과를 잘 보여줬다. 영상에 맞춰 추천된 음악을 실시간으로 인공지능과 아티스트가 디제잉 하는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팀은 이 기술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 '그루보'를 출시하기도 했다.







◇ AI와 인간은 경쟁할까 협력할까…"새로운 세상 보여줄 것"

쇼케이스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인공지능과 음악을 결합할 때 수용자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보육기관)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보통 AI와 인간이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창작자들은 AI의 창작물에 자극받아 또 다른 작품을 만들더라"며 "이렇게 인간과 기계는 공생할 수 있다. 의외성을 가진 기계를 인간이 창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류 대표는 "연예기획사가 외국 작곡가를 섭외하듯 AI를 작곡가로 섭외할 기술적 토대는 완성됐다"며 인공지능이 만든 노래를 아이돌이 부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인공지능이 딥러닝으로 학습해 만들어내는 음악은 기존 작품의 변주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장 장재호 교수는 "인공지능을 대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는 '어떡하면 사람이 하는 것과 똑같은 걸 만들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그러나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때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두자 사람들은 알파고의 실수라고 했지만, 한 중국 바둑기사는 '사람이 둘 수 없는 아름다운 수'라고 평가했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기존의 도구나 기술로 상상할 수 없던 세상을 바라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노래의 저작권은 누가 갖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개발자들 모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 조슈아 쿠퍼 라모 "향상된 창의력이 세상 어떻게 바꿀지 관건"

이날 쇼케이스에는 '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의 저자 조슈아 쿠퍼 라모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국제컨설팅 회사 '키신저 어소시에이츠'의 공동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병을 진단하거나 비행기를 조종하는 건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한다는 걸 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음악은 기계가 인간보다 잘할지, 못할지, 아니면 그냥 다르게 할지 확실하지 않은 분야"라며 "기계와 인간의 교차라는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연구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5년 뒤 우리는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마치 원래 작곡가가 작곡했다고 믿어질 만큼 작곡해내는 인공지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인공지능은 단순히 작곡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던 새로운 인간의 경험을 찾아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상된 인지능력'(enhanced cognition)은 인간이 항상 망에 연결돼 무엇을 기억할 필요도, 운전이나 산수를 배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미래에 사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걸 안다"며 "다만, 인공지능을 통해 '향상된 창의력'(enhanced creativity)은 과연 우리에게 음악을 더 깊게 느끼게 할지 그림을 더 심오하게 그리게 할지 알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덧붙였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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