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5대 원칙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첫 번째 원칙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꼽고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다시 선언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등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도 밝혔다. 이를 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공조하겠다고 했다.
이런 5대 원칙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립한 안보정책의 큰 방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과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구상의 핵심내용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그대로만 실현한다면 남북이 평화 공존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실현 5대 원칙을 천명한 만큼 주변 조건이 녹록지 않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당장 미국 행정부 내에서 거론되는 대북 군사옵션의 실체를 파악하고 수위를 낮추는 것이 급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군사적 옵션을 거리낌 없이 거론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경우, 미국에 대한 공격이 직접적이고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지면 헌법 2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쟁선포권이 의회에 있지만,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국가를 보호하도록 한 헌법 2조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도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상·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승인 없이 대북 선제타격을 못 하게 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SR)이 지난달 27일 '북핵의 도전, 군사옵션과 의회 이슈'라는 제목으로 발행한 보고서는 북핵대응 7개 옵션을 제시했지만 하나같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거나 한반도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돼 있다. 군사력은 그대로 두고 외교·경제 압박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으나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술핵 재배치 등을 통한 대북억지력 강화나 시험발사 미사일 요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설 및 발사대 제거, 핵 관련 시설 제거, 북한 정권 교체, 주한미군 철수 등 나머지 군사옵션들도 우리의 대북 안보정책 원칙과는 맞지 않거나 충돌하는 것들이다.
미국의 군사옵션은 어떤 것이든 한반도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지금으로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군사옵션을 실행했을 때 초래되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달 7∼8일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좋은 기회이자 평화실현 5대 원칙의 첫 시험대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북정책 공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도 돈독히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의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고 국회연설도 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내놓는 대북메시지가 우리의 대북정책과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현실을 가장 절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DMZ) 방문 일정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하니 아쉽게만 볼 것도 아닌 것 같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서울의 현실을 그대로 느낄 다른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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