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릭 밸푸어 "선언과 달리 팔-이 완전히 불균형"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아서가 '(현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게 확실하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이 더 있어야 했다."
AFP 통신은 100년 전 '밸푸어 선언'을 한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1대 벨푸어 백작)의 후손인 로더릭 밸푸어(5대 벨푸어 백작·68)가 자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은행가인 로더릭 밸푸어는 지금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상황은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본다면 "완전히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밸푸어 선언은 1917년 11월 2일, 아서 밸푸어가 영국 국적의 유대계 유력 인사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서신이다. 서구 열강 중 처음으로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 건국을 공식 지지한 사건으로 '이스라엘 건국'의 촉매로 작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고전하던 영국이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언이었다.
밸푸어는 단 67개 단어로 이뤄진 이 서신에서 "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본국 설립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이 목표 실현이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밸푸어는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에 사는 비(非)유대 사회의 시민권이나 종교의 자유, 또 다른 나라에 있는 유대인이 향유하는 정치적 권리와 지위를 해치는 어떤 일도 없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고 썼다.
로더릭 밸푸어는 "이스라엘은 그들이 모두 함께 살게 됐다. 아마 이제는 그들이 팔레스타인을 찬찬히 살펴보고 도움을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서 밸푸어가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번영한 것을 봤다면 "틀림없이 놀랐을 것"이라며 "나는 여기에 자긍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이 곪아 터진 상처로 남아있지 않게 하도록 국제사회가 할 일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교모임에서 사람들이 오늘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모든 문제는 밸푸어 가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을 늘 듣곤 한다면서 "나로선 좀 혹독한 말인듯싶다. 그건(밸푸어 선언을 한 건) 영국 정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많은 팔레스타인이 처한 "절망적인 환경"을 지적하면서도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같은 강경 이슬람주의자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에도 그 책임의 일부를 돌렸다.
로더릭 밸푸어와 서한을 받은 윌터 로스차일드 후손인 제이콥 로스차일드 경은 오는 2일 밸푸어 선언 100년을 기념하는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영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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