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중앙아시아는 왜 테러리스트 온상이 되나"

입력 2017-11-02 04:20  

NYT "중앙아시아는 왜 테러리스트 온상이 되나"

옛 소련 붕괴 이후 이데올로기 공백에 이슬람 근본주의 득세

척박한 환경탓 서방세계로 떠나…고립된 자생적 테러리스트 키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트럭 돌진 테러를 저지른 사이풀로 사이포프(29)가 중앙아시아 국가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중앙아시아가 왜 아랍권 못지않게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대 테러 전문가 그룹의 진단을 곁들여 중앙아시아의 독특한 정치적·종교적 지형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끊임없이 무장대원을 파견하도록 자양분을 주고 있으며, 동시에 서방 사회에도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키우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이 추정한 바로는 중앙아시아 출신 민병대원 2천∼4천 명이 시리아에 있는 IS 무장조직에 합류했다.




우선 사이포프가 태어난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옛 소련 체제가 붕괴하면서 이데올로기의 진공 상태가 생겼고 그 틈을 타서 끊임없이 이슬람 무장봉기가 이어지면서 나라 전체로 이슬람 근본주의가 번져나갔다고 NYT는 풀이했다.

또 우즈베키스탄 내부에서 지속된 이슬람 과격단체에 대한 탄압과 척박한 경제적 환경은 많은 근본주의자를 해외로 내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 신문의 진단이다.

NYT는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 조사(2013년 기준)를 근거로 미국 내에 약 6만 명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민자가 들어와 있으며, 이들 중 절반가량이 뉴욕 주변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범 사이포프도 2010년 미국에 들어와 합법 영주권을 받았고, 오하이오와 플로리다를 거쳐 뉴저지에 정착했다.

우즈베키스탄은 구 소비에트 기관원 출신인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30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오면서 옛 소련 체제처럼 이슬람 과격분자를 단속했고 근본주의의 발호도 철저히 탄압했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 근본주의자들은 숨죽이며 지하에 잠복해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이란 단체 조직원들은 대부분 해외로 추방됐고, 2005년 아크람 유다셰프가 만든 '아크라미아'라는 단체가 안디잔 등지에서 몇 차례 봉기를 시도했으나 정부군에 의해 진압됐다.

현재 집권 중인 샤프캇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이슬람 사원에 대한 통제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고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이번 맨해튼 테러 참사 직후 애도 성명을 내고 미국 대 테러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무자비하고 잔인한 범죄는 어떻게든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탄압받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파키스탄 등지로 흩어졌고 상당수는 시리아로도 넘어갔다.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많은 민병대원들이 이슬람 무장조직으로 전향했다.

IS 조직 내부에서는 아랍어 다음으로 러시아어를 활용해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있다. 러시아어를 쓰는 중앙아시아 출신을 그만큼 많이 받아들였다는 말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BBC 제작자로 일했던 샤히다 툴라가노바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망하면 그다음 이데올로기가 바통을 이어받는다"면서 그런 이유로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득세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앙아시아 출신자를 대상으로 유튜브에 올라오는 IS 선전 영상을 보면 기가 막힌다"고 덧붙였다.

국제위기그룹의 중앙아시아 프로젝트 담당자인 데이드르 타이난은 "우즈베키스탄을 떠나온 젊은이들은 스스로 고립됐다고 느낀다"면서 그들이 서방세계에서 원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하면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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