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김한표 의원, 전국 노후아파트 48가구 조사결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전기로 인한 아파트 화재사고가 매년 500건 넘게 발생하고 있지만 낡은 아파트의 전기설비 안전이 취약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과 함께 전국 16개 노후아파트(준공 후 20년 이상 된 5층 이상 아파트) 48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설비와 소방시설 관리·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대상 아파트 중 27.1%인 13가구의 전기설비 안전등급이 D등급으로 나타났다.
전기설비 안전등급은 전기설비 안전등급 산정기준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된다. D등급은 점검항목 중 부적합 판정을 받아 즉시 개·보수하거나 사용제한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상태다.
이 중 12가구는 감전사고나 화재 예방을 위한 누전차단기를 갖추지 않았고, 1가구는 절연저항이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 감전 위험이 컸다.
48가구 중 23가구(47.9%)의 분기 누전차단기 용량은 기준인 20A를 초과했다.
욕실이나 화장실 등 습기가 많은 공간에 필요한 인체 감전보호용 고감도 차단기는 43가구(89.6%), 덮개와 접지가 있는 방적형콘센트는 9가구(18.8%)에 각각 설치돼 있지 않았다.
3가구(6.3%)에는 규격에 맞지 않는 비닐코드 배선을 사용했고, 2가구(4.2%)의 전선 피복이 녹아 손상돼있었다.
공용 소방시설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48가구 중 7가구(14.6%)의 공용 복도에 소화기가 없었다.
소화기가 있는 41곳의 경우도 관리기준에 적합한 소화기는 19대(46.3%)뿐이었다.
8대는 충전 압력이 부족하거나 과충전 돼 있었고 21대는 내용연수인 10년을 넘어 교체 대상이었다.
소화전이나 계단이 장애물에 막혀있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전기설비와 소방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주민들의 안전의식도 미흡했다.
소비자원이 조사대상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 중 76명(35.2%)은 시험용 버튼을 눌러 누전차단기 정상작동 여부를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탭을 사용하는 468명 중 사용 전 허용용량을 확인하는 주민은 75명(16.0%)에 불과했다.
500명 중 447명(89.4%)은 아파트 내 소방시설 위치·사용법 등 소방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노후아파트가 화재 위험에 취약한 상태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공용 전기설비만 관리하고 개별 세대 전기안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근본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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