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죽음 갖고 장난친다"…집행사실 자체가 갖는 효용 강조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사형제가 중단된 지 10년이 넘은 아프리카 독재국가 짐바브웨에서 복원 논의가 불붙고 있다.
AP통신,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열린 한 독립전쟁 참전용사의 장례식에 참석해 "나는 사형제를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 동안 집권한 세계 최장기, 최고령 통치자다.
짐바브웨는 법률에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2005년 이후 사형이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다.
마지막 사형 집행인도 퇴직해 집행인들을 새로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유명무실해진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근거로 살인율 상승을 내세웠다.
무가베 대통령은 최근 짐바브웨에서 살인자가 늘었다는 경찰 보고서를 접하고서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사람들은 죽음을 갖고 장난을 치고 있다"며 "이게 우리가 나라를 해방시킨 이유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나라가 평화롭고 행복한 국가가 되기를 원하지,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국가를 바라지 않는다"며 "사형이 실제 집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내각에서 사형제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리지만 자신은 사형집행 재개에 찬성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짐바브웨 정부는 살인 집행인 모집에서 지원자가 50명이나 몰렸다고 발표했다.
버지니아 마비자 짐바브웨 법무부 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모집한 살인 집행인 지원자 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며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짐바브웨는 실업률이 90%나 될 정도로 구직난이 심각하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형제 부활 발언은 국제사회 흐름과 대조적이다.
잔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사형제 폐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기도 하지만 사형제의 범죄예방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짐바브웨에 사형제를 영원히 폐지할 것을 요청해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법률상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세계 198개국 중 104개국이고 한국과 같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을 포함하면 141개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2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사형반대 단체들의 연대체인 세계사형반대연합은 10월 10일을 세계 사형폐지의 날로 정하고 매년 관련 행사를 하고 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