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갈등을 빚어온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겨 된서리를 맞았던 국내 부동산 시장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 수요를 겨냥해 분양에 나섰다가 사드 사태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던 제주도 호텔레지던스 계약 건수가 최근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 자회사 그린랜드센터제주는 지난 4월 제주 핵심상권인 노형오거리에 있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호텔레지던스 850실 분양에 나섰으나 사드 여파로 미분양이 생겼다.
그러나 한중 양국이 각 분야에서 조속한 교류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매일 10건 가까운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인의 해외 현금 반출이 제한돼 직접 수익형부동산 쇼핑에 나서고 있진 못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안정적 수익을 기대한 한국인들이 호텔레지던스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풀린다고 한 바로 그날부터 마케팅을 이전과 동일한 수준에서 하는데도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계약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중 관계가 더 개선될 거란 기대감이 있다 보니 예전과 다르게 반응이 좋아진 것을 피부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품이 유커를 타깃으로 하다보니 중국인 관광객 단체관광이 금지돼 여행을 많이 안오면 호텔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그동안 구입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한중 관계가 개선되니 한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 큰손'을 겨냥한 고급 레지던스 분양시장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된서리를 맞았으나 앞으로 중국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지상 42~71층에 들어서는 주거용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관심이 많았던 중국 고객들이 돌아서면서 본계약 진행 당시 분양에 차질을 빚었다.
상반기에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투자설명회 이후 분양 의사를 보인 중국 고객이 많았는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문의가 거의 없다"며 "관심은 여전한데 중국 내 분위기가 워낙 악화돼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다시 걸려오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아직 관계 개선 초기라 눈에 확 띄는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사드 사태 이전에 중국에서 영업했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간간이 문의가 있다"고 전하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전용면적 133~829㎡, 223실 규모로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3.3㎡당 분양가가 7천500만~8천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가장 작은 전용면적 133㎡ 오피스텔이 50억원대,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는 300억원에 이른다.
롯데 측이 작년 중국에서 자산가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열면서 중국 부호들의 관심이 높았던 상품이다.
유커들이 많이 찾던 서울의 주요 상권은 올해 내내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아직도 회복이 안 된 상황이지만,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명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상권은 코스메틱 업종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신사역 상권의 경우는 3분기에 임대료가 -4.8%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중국어로 된 광고를 붙이고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구하기도 하는 등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모든 상황이 '금한령' 이전과 같이 원상복구되지는 않겠지만,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이 중국인 투자상품 판매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중국인의 해외 외화 반출까지 허용되면 회복이 더 빠를 것 같다"며 "유커들이 몰리던 주요 도시의 상권들도 점차 활성화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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