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야 3당이 이번 정기국회의 쟁점 법안으로 꼽혀온 방송법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기고 있다.
정부·여당이 MBC·KBS 사장 교체를 위한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금의 집권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방송법을 강력히 추진했던 점을 활용해 역공에 나선 셈이다.
이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일제히 방송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이 민주당이 당초 시나리오를 만든 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1일) 야 3당 원내대표들이 만나 방송법 개정을 조속히 해야 하고, 방송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런 방송 장악 시도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지도부도 동일한 결의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의도가 (더불어민주당 내부) 문건에 나온 대로 착착 진행된다"면서 "말로만 '방송 중립'을 말하고 김장겸 MBC 사장을 덜어내고 코드 인사를 심으려 한다. 양두구육이다"라고 비판했다.
주 권한대행은 3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방송법을 비롯해 양당이 공동으로 추진할 10여 개의 입법과제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이자 원내대변인인 김경진 의원은 논평에서 "공영방송의 구조적 문제를 위해서라도 '선(先)법 개정, 후(後) 인사'라는 원칙 하에 진행돼야 마땅하다"며 "민주당도 법안 심사에 적극 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야 3당이 일제히 '방송법 카드'를 꺼내 든 데는 방송법 개정이 현재 진행 중인 여권의 '방송장악'을 저지할 최후의 수단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방문진이 구여권 이사 2명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이사직에 여권 추천 인물을 선임했고, 이를 토대로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을 교체하는 수순을 밟아 공영방송사를 '장악'할 것이라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이에 야 3당이 여당에 방송법 개정 논의 착수를 촉구함으로써 여권의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날 야 3당이 일제히 방송법 개정 착수를 촉구했지만 이날 민주당은 당 논평이나 지도부 회의 발언 등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당 과방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방송법이 야당에 유리한 법이다 보니 자신들이 야당일 때 막상 법안을 발의해놓고 여당이 되자 개정 논의를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마 위에 오른 방송법은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6명씩 추천토록 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뽑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한국당은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수용 불가 ▲공영방송사 사장 임기 3년 보장 준수 ▲법 시행 3개월 이내 경영진을 새로 구성하는 방송법 부칙조항 수용 불가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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