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적폐청산 공방…개혁위 비밀문서 열람 위법성 놓고도 대립
국정원장, '추명호 감찰 무력했다' 지적에 "그때는 힘이 없었다…그 부분은 사과"
'특수활동비 청와대 제공 관행이냐'는 질문에는 "큰 뭉텅이 돈은 관례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강병철 배영경 한지훈 기자 =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2일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국정원의 적폐청산 작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위의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을 현재 조사하고 있는 15건의 사건에 한정하지 말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발본색원할 것을 주문한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외에 노무현·김대중(DJ) 정부의 '적폐'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는 또 개혁위 민간위원들이 국정원의 비밀서류를 열람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놓고도 대립했다.
먼저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 "국정원 직원이 국정농단에 개입된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 위에서 새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적폐청산은 비단 15가지뿐만이 아니고, 만약 적폐청산이 문제가 된다면 시기를 가리지 않고 철저히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정원 밖의 문제뿐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밝혔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것만 채택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지금의 적폐청산 작업은 너무 편향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정치보복 시비를 낳고 있다"면서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청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또 "두 달 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의혹 사안 9건을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다"고 한국당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한국당이 주장한 의혹 사안 9건은 ▲대북 퍼주기 15억 달러 ▲임동원·신건 국정원장 재직 시 주요 정치인과 언론사 고위 간부 불법 감청 사건 ▲국정원 직원 대량 해고 사건 ▲2002년 4·13 총선 당시 국정원 자금 지원 및 선거개입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불법 로비 의혹 ▲좌파 지원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표결 결정 시 북한 입장 문의 여부 ▲독일 윤이상 기념관 건립에 8억 원 지원 경위 등이다.
한국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 헌법재판소 사찰과 사전 대응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조사도 요구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한국당의 형평성 문제 제기에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는 과거와) 클래스(class)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서훈 원장은 "적폐청산 작업 범위를 특정 정권에 한정 짓지 않겠다. 노무현·김대중 정부 국정원의 적폐도 파헤치겠다"고 답했다고 한국당 한 의원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한국당은 또 국정원 적폐청산 작업 과정의 위법성 가능성도 지적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정원법 14조를 보면 국정원에서 직무감찰을 한 경우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게 돼 있다"면서 "적폐청산 조사 시 정보위에 대한 보고 없이 직원을 직무감사·감찰한 것은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원 개혁위의 민간위원 활동과 관련해 "비밀취급인가증이 없이 국정원의 비밀서류를 열람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정해구 개혁발전위원장과 관련해선 "해방 후 대한민국 정통성이 북한에 있다는 논문을 쓴 기록이 있는 등 개혁위가 균형된 위원 구성을 하고 있지 못하다. 개혁위가 자문기관인지 심의·의결기관인지를 명백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한국당 의원들은 "국정원에서 국가기밀인 정보 보고가 그대로 공개되는 것을 보고 국정원 직원들은 '정보기관으로서의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좌절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조직 동요가 크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개혁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면서 "끼리끼리 모여서 하면 개혁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정파를 위한 것으로 가며 반드시 역풍이 분다"면서 개혁위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병기 간사는 개혁위와 관련, "국정원에는 보안업무가 많아서 원장에게 재량이 집중돼 있으며 원장 판단하에 결정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자문지침을 보면 자문위원에게 업무상 필요한 경우 보안업무 관리규정 8조에 따라 비밀취급인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도 "국정원장은 필요시 자문위원을 둘 수 있고 각 차장 등도 정책위원을 둘 수 있다"면서 "자문위 및 개혁위는 이번에 처음 생긴 것이 아니고 적어도 2003년부터 해당 조항이 생겨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남재준 원장이 11명, 이병기 원장 때 14명, 이병호 원장 때 13명을 각각 자문위원으로 두고 운영했다"면서 "이병기·이병호 원장 때는 전직 직원뿐 아니라 학계, 언론인, 법조인들로 비슷하게 구성된 자문위를 운영했는데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비밀취급인가증을 받는다든가 신원조회 없이 원장의 재량 하에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고, 그런 컨센서스가 지금까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속해서 의혹 제기가 있었던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 "당시 지휘부가 부실하게 감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은 "당시 한계가 있었다"면서 "당시 지휘부가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한 정보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명호 국장이 국정원 감찰을 무력화하고 폐기시키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이 '그때는 힘이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은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지원한 내역을 파악해달라고 국정원에 요구했으며, 이에 서 원장은 "1주일 내로 파악해 주겠다"고 답했다고 야당 소속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다른 정보위원은 "서 원장이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논란에 대해) 전 기획조정실장이 검찰에 가서 분 사건이기 때문에 자기들로는 치욕이라면서 현재는 그런 게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큰 뭉텅이 돈을 그렇게 한 관례는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국당은 북한의 '391흥진호' 나포 사실을 정부가 바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또 "여러 가지 일탈 행위가 계속 나오는데 이런 상태라면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국정원법이 아닌 새로운 정보기관법을 제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국민의당 정보위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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