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간 우의 분위기 연출…"마음 진정하라" 해석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자금성(紫禁城)내 건륭제 서실에서 차를 마시는 일정을 마련했다.
3일 중화망에 따르면 베이징 고궁박물원은 '중요 행사로 인한 필요에 따라' 내달 8일 하루 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한국에 이어 내달 8∼10일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식 일정으로 자금성을 참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궁박물원 측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대비해 자료준비, 안전검사 등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청나라 건륭제가 차를 마시며 독서실로 쓰던 자금성 남서쪽의 삼희당(三希堂)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함께 차를 마시는 일정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삼희당은 동진시대 서예대가인 왕희지(王羲之)의 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 왕희지의 아들 왕헌지(王獻之)의 중추첩(中秋帖), 호방한 필체로 유명한 문장가 왕순(王珣)의 백원첩(伯遠帖) 등 3건의 진귀한 서첩을 보관하고 있다고 해 건륭제가 붙인 이름이다. 세 서첩의 원본은 현재 대만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중국은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성을 함께 산책하며 차를 마시는 모습으로 두 대국 정상간 우의의 분위기를 연출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은 통상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을 들렀다.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고문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이틀간 수교협상을 벌일 때에도 시간을 내 들렀던 곳이 자금성이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이듬해 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자금성을 찾았고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시에도 자금성을 들렀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골프 회동, 비공식 철판구이 만찬 등 다소 요란한 일정과 다른 중국의 조용한 '차' 응대는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일본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대북 공조와 동맹 강화를 주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은 '마음을 진정하라'는 의미로 산책과 차 응대를 주선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무역불균형과 북한 핵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 시 주석을 상대로 압박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중 경제무역 협상의 대표였던 왕양(汪洋) 부총리가 중국의 새 지도부 재편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라감에 따라 중국측 대미 실무협상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이 자리는 과거 상무부장을 지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담당했던 역할이기도 하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위밍중(余明中)은 중국 상무부에서 미중 양자투자협정(BIT) 협상을 지휘하며 실무 전선에서 15년을 일해온 장성화(蔣成華) 투자법률처장에 주목하며 그가 미중 통상관계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점쳤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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