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본격 가동 5년 만에 1천306개 기업 입주…매출 5조→77조
후발 테크노밸리 성공하려면 "차별화로 기업 요구 충족해야"
(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가 조성한 판교테크노밸리는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명실상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폭발적 성공을 이뤄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모두 1천306개로 연간 매출액이 77조 4천여억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는 전국 광역지자체 GRDP(지역 내 총생산) 1위인 경기도 351조원의 22.08%에 해당하며 다른 지역의 광역지자체 전체와 비교해도 경북(95조원), 부산(78조원)에 이어 전국 7위 수준이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초기 83개 기업이 입주해 연간 5조원의 매출을 올렸던 2011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이 15.5배 증가했다.
입주기업의 주요 업종은 IT가 79.5%로 가장 많고 BT 10.8%, CT 4.8%, NT 0.8% 등 ICT 첨단업종이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첨단기술의 심장부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본사를 둔 기업도 84.8%인 1천108개사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넥슨코리아, 안랩,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SK케미칼 등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상시근로자 수도 7만4천738명으로, 이 중 연구인력이 전체의 37.7%인 2만8천200명에 달한다. 신규고용인력은 1만344명이나 된다.
판교테크노밸리를 '한국 경제의 미래'로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연구인력이 밀집돼 있다는 점이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첨단기업이 밀집된 강남과 지하철로 15분 거리에 있다는 양호한 접근성과 조성원가 수준으로 용지를 공급해 조기 분양과 입주를 실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IT와 IT 관련 R&D 융합분야로 업종을 제한해 다른 지식기반 산업단지와 차별화한 클러스터로 발전시킨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서울 근교에 후발 테크노밸리 조성을 추진 중인 지자체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낮은 분양가, 혁신 인프라 제공 등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첨단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
판교테크노밸리보다 양호한 입주조건을 갖춘 사업지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판교제로시티의 경우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위주로 추진되고 있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흥·광명이나 고양 등은 사업지만 선정됐을 뿐 아직 차별화된 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북부 2차 테크노밸리의 경우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과열 양상까지 보이며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어떤 테마로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지에 대한 구상은 분명하지 않다.
자칫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미분양으로 이어져 예산만 낭비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미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교제로시티의 경우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반의 첨단산업단지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광명·시흥이나 고양의 경우 입지만 선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끊임없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변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첨단산업단지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있다"며 "테크노밸리 조성이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낮은 분양가와 지식재산 혁신환경 조성 등 기업의 욕구를 충족시킬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여섯 번째 테크노밸리 사업지 선정 이후에도 필요한 지역에 추가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도의 첨단 산단 브랜드인 테크노밸리가 어디까지 성공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wy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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