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뉴욕 테러범 사형' 촉구, 오히려 재판에 방해"

입력 2017-11-03 15:48   수정 2017-11-03 15:52

"트럼프의 '뉴욕 테러범 사형' 촉구, 오히려 재판에 방해"

"배심원에게 영향, 테러범 도와준 것" 지적…뉴욕시장 "사형제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용의자의 사형을 촉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 미 사법제도를 무시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이 열리기도 전 단죄를 촉구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재판을 방해하고 테러범에게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형 촉구 발언이 배심원에게 영향을 미쳐 용의자에게 공정한 재판의 기회를 박탈하고 항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중한 발언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 테러 용의자 사이풀로 사이포프를 악명높은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 수용소로 보내자고 주장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전직 연방검사였던 레나토 마리오티는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도와주고 있다"며 "이제 검사들은 배심원단의 감정을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썼다.

그는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판 전 검사들은 발언에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기소단계에서는 혐의일 뿐 범죄 입증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스웨스턴대 법대 롭 오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더 많이 주목받을수록 공정한 배심원이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배심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한 결론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법대 진보공공청렴센터의 사무총장 제니퍼 로저스는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건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소송 각하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나는 사형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범인이 여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사법절차를 따르더라도 사형 집행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부분의 범죄는 사건이 발생한 주(州)법에 따라 처분을 받는다.

뉴욕주는 사형제를 운용 중인 31개 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용의자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려면 연방법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AFP는 연방정부가 몇몇 주와 달리 사형 집행에 열의가 별로 없고, 몇몇 사건은 항소 과정이 수년에서 수십 년씩 걸리기도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미 연방법이 1988년 사형제를 부활한 후로 76건의 사형 선고가 내려졌지만 12건은 나중에 재검토 대상이 됐고, 실제 이행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현재 61명이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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