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서 출당됐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 제명을 공식 발표했다. 홍 대표는 '탈당 권유의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할 때는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는 윤리위원회 규정 제21조 3항을 들어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자르지 못하면 재앙이 온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1997년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박 전 대통령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도약해 대통령까지 올랐지만, 강제로 출당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출당 사유는 '해당 행위'와 '민심이탈'이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20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 결정을 내리고 23일 이런 내용을 본인에게 통보했다.
전직 대통령이 징계를 통해 소속 정당에서 출당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87년 헌법 체제 아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 6명 전원이 임기 말 또는 퇴임 후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해 당적을 정리했지만, 모두 자진 탈당 형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제명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나 결국 이렇게 될 것이면 좀 더 빨리 정리하는 게 좋지 않았나 싶다. 되돌아보면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민심이 이반된 지난해 말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는 게 순리였다. 늦어도 지난 3월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을 때는 당적을 정리했어야 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탈당 권유' 징계를 받고도 당헌·당규상 이의제기 시한인 1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탈당 권유 결정에 대한 '무언의 항의'일 수 있지만, 국정농단이라는 해당 행위로 징계를 자초한 장본인으로 온당치 않은 처사다.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은 출당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숙해야 한다. 행여 출당 불복 선언 등으로 친박세력의 반발을 유도하려 하면 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한 때 자신이 대표했던 보수 정치세력을 또다시 욕되게 하는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당과 홍 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바른정당 내 통합파 흡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한국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으로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섰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오는 6일께 바른정당 의원 7∼8명이 한국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연을 끊고, 바른정당 의원 몇 명을 복당시킨다고 해서 한국당이 저절로 혁신되거나 보수가 재건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국정농단을 수수방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 여당의 실책을 기다리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발목잡기식' 구태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당의 이념과 노선이 적합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개발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계파 갈등을 일삼았거나 부패·구태 정치에 물든 정치인은 당직이나 공직 선거 후보에서 배제해야 한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해 참신하고 젊은 인재들을 폭넓게 영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속 의원들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인 국정감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당 의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절연(絶緣)한 한국당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출당'도 결국 바른정당 탈당파를 흡수하려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한국당은 '도로 한국당'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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