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재산 탕진하자 범행 계획…검거도 카지노에서
법원 "인명 경시하는 태도 분명…참작 사유 전혀 없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지인을 무참히 살해한 40대 조선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9년 11월께 한국에 온 조선족 이모(47)씨는 충남과 경기도 등에서 착실히 일하며 돈을 모았다.
하지만 2015년 말께 직장동료의 소개로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의 인생은 나락에 떨어졌다.
도박에 빠져 약 1년 사이에 그동안 모은 돈 1억2천만원을 모두 탕진했다.
이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도박자금 마련에 혈안이 됐다.
이 무렵 입국 당시 함께 직업교육을 받았던 지인 A(53)씨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A씨는 혼자 충북 충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서울에 있는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착실한 가장이었다.
이씨는 이런 A씨를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해 보고, 거절당하면 살해한 뒤 강제로 빼앗기로 계획했다.
지난 4월 8일 오후 1시께 A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이씨는 "200만원만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던 A씨는 부탁을 거절했고, 이씨는 곧장 범행했다.
이씨는 둔기에 맞은 A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캐물었다.
그러나 정작 번호가 틀려 예금 인출에는 실패했다.
A씨의 시신은 연락이 끊겨 집으로 찾아온 아들에 의해 숨진 지 사흘 만에 발견됐다.
이씨는 범행 직후에도 서울의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줄곧 도박을 했고, 지난 4월 15일 경찰에 붙잡힌 장소 역시 카지노였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 항소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이승한 부장판사)는 4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후 피해자의 주변에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일주일간 태연히 도박을 하는 등 인명을 경시하는 피고인의 태도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삶의 마지막까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는 반면 피고인에 대한 형을 낮출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우발적 범행이라며 정상 참작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계획이 담긴 메모가 발견되는 등 피해자를 상대로 강도살인을 범할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됐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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