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유세 겸한 지방 도시 집회 무더기 불허…크렘린이 지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1)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발니는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트베르스코이 구역 법원에 제출한 800페이지 분량의 소장에서 푸틴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겸한 자신의 지방도시 집회를 허용하지 말도록 각 지방 정부에 지시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소장 제출 후 "각 도시 행정 기관들이 모스크바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법원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매주 여러 도시에 약 200건의 집회 신고를 내고 있지만 모든 곳에서 거부되고 있다"면서 이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에 따르면 집회를 그냥 금지할 수는 없으며 당국은 집회 신청 장소가 적합지 않으면 다른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모스크바의) 특별 지시가 없었다면 모든 도시 당국이 똑같이 불법적으로 행동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크렘린 조종설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발니는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로 현재로썬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다.
나발니는 그러나 헌법상 징역형을 살고 있는 사람만 대선에 출마할 수 없으며 자신은 집행유예 상태이기 때문에 입후보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며 출마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역시 출마가 유력시되는 푸틴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된다.
그는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잠재적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전국에 70여 개 선거운동본부를 차리고 적극적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비판하고 대통령과 측근들의 부패 의혹을 폭로하며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는 동시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데 필요한 30만 명 서명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나발니는 정부의 견제와 주요 언론의 외면을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돌파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당국이 그의 후보 등록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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