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식수·전기 공급 중단…유엔·뉴질랜드·야당 등 압박받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보트피플(선상난민)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호주의 강경한 난민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호주 지원으로 운영돼온 파푸아뉴기니 난민수용시설이 지난달 31일 공식 폐쇄됐음에도 수용자 수백 명이 퇴거를 거부한 채 농성을 계속하면서 국내외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이 지난해 4월 호주 망명을 희망하는 사람을 자국 내에 억류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 이 시설 폐쇄는 불가피한 실정이었다.
4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주로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난민 및 망명희망자 약 600명은 안전을 이유로 인근의 다른 대체시설로 옮겨가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마누스 섬 내 기존 시설에서 의료와 교육 등을 지원하던 모든 인력은 철수했으며 식량과 식수, 전기 공급이 중단된 채 파푸아뉴기니군이 외곽을 지키고 있다.
난민들은 미리 준비한 식량과 식수로 버티고 있다.
난민들을 돕는 호주 변호사 그레그 반스는 "일부에서 시설 안으로 음식과 식수 전달을 시도하지만,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며 "심각한 수준의 굶주림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는 수일 동안 먹지 못하고 있다"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난민들은 대체시설은 현지 지역사회에 노출돼 있어 자신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감을 고려할 때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며, 일부 공간은 아직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정이 날로 악화하자 기존 입장을 굳게 고수하는 호주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HCHR) 루퍼트 콜빌 대변인은 3일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정부를 향해 "난민의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라 이들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하고 음식과 물, 기타 기본적인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어 "수용자들을 호주 본토로 옮겨 그들의 주장들이 정식으로 처리되기를 호주 정부에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호주 이웃인 뉴질랜드 정부도 3일 이들 난민 중 150명을 수용한다는 이전의 제안에는 변화가 없다며 호주 정부의 긍정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또 이번 주말 호주를 찾는 재신더 아던 신임 뉴질랜드 총리는 맬컴 턴불 호주 총리를 만나 이 같은 제안을 다시 제기할 방침이다.
호주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도 마누스 섬 상황을 우려한다며 턴불 총리에게 뉴질랜드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뉴질랜드 제안을 받아들이면 이미 수그러든 밀항업자들의 활동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또 마누스 섬 시설 폐쇄와 수용민 관리는 파푸아뉴기니의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호주 정부는 수용자와 그들의 지원자들을 겨냥, 마누스 섬 시설을 오랫동안 "지옥 같은 곳"이라고 비난하다가 막상 폐쇄 때가 되니 계속 운영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며 위선적이라고 맹비난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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