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에게 점령 당했던 필리핀 남부 소도시 마라위가 5개월 가까운 교전 끝에 정부군 손에 넘어왔지만, 극단주의자들이 필리핀 남부의 또 다른 지역에 결집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고 채널뉴스 아시아 방송이 4일 보도했다.
필리핀 평화·폭력·테러연구소의 롬멜 반라오이 교수는 "코타바토 시는 지금 IS 추종세력의 침투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코타바토 시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서남부에 있는 소도시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했던 다바오 시와 인접해 있다.
반라오이 교수는 "마우테 형제를 비롯해 마라위에서 패퇴한 다수의 IS 추종세력이 코타바토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대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코타바토에서 가장 오래된 노트르담 대학 앞에서 2대의 차량에 나눠탄 10여명의 젊은이들이 IS 깃발을 꺼내 흔들며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주민은 "마치 군사 퍼레이드 같았다. 사람들이 멈춰서서 한동안 그들을 지켜봤다"며 "10여분간 깃발을 흔들며 거리를 오가던 이들은 다시 차에 올라탄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IS 추종세력이 자신들의 거주지 점령을 시도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또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소식통도 "IS 추종세력들은 마라위 점령 당시와 유사한 방식의 또 다른 도시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마라위 점령 당시 수십억 페소의 자금을 약탈해 자금력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마라위 사람들은 은행을 신뢰하지 않고 집에 돈을 보관하는데, 개인이 보관해온 돈을 IS 추종세력들이 훔쳐갔다. 또 이들은 부유한 개인들로부터 지원도 받는다"며 "그들이 마라위에서 확보한 돈과 무기는 또 다른 공격을 하기에 차고 넘친다"고 진단했다.
그는 IS 추종세력이 마라위 점령 때처럼 도시 전체를 장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도시 일부를 손에 넣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IS로부터 영감을 받은 외로운 늑대들이 수도인 마닐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반라오이 교수는 "정부군이 마라위에서 입수한 IS 추종세력의 문건을 보면, 그들은 외로운 늑대들을 통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려 하고 있다"며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그의 고향으로 시장으로 재직했던 다바오시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마긴다나오, 술탄 쿠다랏, 제너럴 산토스 시티, 삼보앙가 등 민다나오 섬 내 작은 도시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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