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아시아문학상' 몽골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광주=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오늘날 인류는 잘못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류가 신을 숭배하고 사랑하지 않아요. 부처님과 예수님, 무함마드의 교훈을 듣지 않죠. 두 번째는 시인의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모든 나라가 문학을 높이 평가하고 작가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몽골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77)는 4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아시아문학상은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제정됐다.
1940년 태어난 우리앙카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고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1968년부터 시와 소설·희곡·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 글을 쓰며 젊은이들에게 존경받는 인문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몽골문학의 관점에서는 유목민적 서정성에 기초한 전통문학과 도시생활 중심의 모더니즘 가운데 어느 쪽에도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우주 속에서 혼자도 여럿도 아니다/ 나는 하늘 아래 영원하지도 일시적이지도 않다/ 인간뿐 아니라 돌들도 회색으로 자라나는 이 세상 속에/ 나는 발가벗겨져, 열망으로 스스로를 감싸며 이 추위를 견디고 있다" (담딘수렌 우리앙카이의 '증언' 부분)
심사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인 고은 시인과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나이지리아 시인 겸 극작가 월레 소잉카,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 등이 맡았다. 심사위원회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전통과 현대를 잃지 않고 장년의 지혜와 청년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리앙카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문학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혁신해야 한다. 제 작품에 이런 점이 반영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전날 작가들과 함께 광주·전남 일대 투어를 한 그는 "한국의 단풍을 처음으로 봤고 대나무를 봤다. 사찰에 가서 스님들 음식을 맛볼 기회를 가졌다"며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승화하고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마련된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지난 1일 각국 문인들의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고은 시인의 대회사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사, 아시아문학상 시상식으로 시작한 이 날 본행사는 소잉카의 기조강연, 소잉카와 고은의 대담으로 이어졌다.
페스티벌은 국내·외에서 초청된 문인 30여 명이 토론 끝에 작가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정신을 담은 '2017 광주 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하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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