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쇄신파' 남·원·정, 바른정당 분당국면서 엇갈린 행보

입력 2017-11-05 08:00   수정 2017-11-05 16:03

'원조쇄신파' 남·원·정, 바른정당 분당국면서 엇갈린 행보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배영경 기자 = 바른정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옛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원조 쇄신파' 출신으로 이제는 당내 중진이 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각기 다른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대 국회 때인 2004년 한나라당 소장파 중심의 '새정치수요모임'을 통해 의기투합한 이들은 이후 도백과 국회의원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걷다가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보수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바른정당호'(號)에 함께 올라탔다.

그러나 분당국면에 접어든 최근 당의 진로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세 사람 가운데 대외적으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그동안 통합파와 자강파의 구분에서 후자로 분류됐던 남 지사는 통합파의 행동이 가시화되자 뒤늦게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대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양측의 선봉장격인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소속 의원 20명을 차례로 만나 양당이 재창당을 위한 통합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은 유승민 의원만큼이나 강경한 자강파에 속하지만, 현재는 전략적으로 남 지사가 주장하는 통합 전대론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한 통합파의 탈당 스케줄이 가시화되는 등 분당사태가 목전으로 다가오자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남 지사와 함께 통합 전대론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통합 전대론 카드는 자강파에는 '11·13 전당대회' 연기를, 통합파에는 탈당 보류를 각각 요청함으로써 일단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은 뒤 향후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간 끌기' 전략의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통합 전대론이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힘든 만큼 향후 급변할 정국상황에서 남 지사와 정 의원의 행보는 엇갈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경우 현재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통합파와 자강파 모두에 비판적인 양비론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제주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 지사의 통합 전대론에 대해 "아이디어 내지는 개인적인 입장을 가지고 앞서나가는 측면이 있다"며 "(새누리당을)나갈 때 제일 빨리 나가던 사람이…"라며 남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 (11월 13일)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가 의문"이라며 "'누가 뭐라 해도 간다'는 설정은 스스로 확장성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세 사람이 각자 처한 정치적 상황이 판이한 만큼 분당사태가 현실화되면 서로 간의 입장차가 커지면서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남경필·원희룡은 정치적 신분이 도백인 반면 정병국은 의원이다. 정 의원에 비해 남·원 지사가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에 대한 민심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남·원 지사로서는 부담감이 그만큼 크다.

더욱이 남 지사의 경우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과 맞붙을 가능성도 있어 고민이 더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통합 전대론 제시 등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남 지사의 행보가 이런 복잡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25일 "남원정 3명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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