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 부동산] ②'경남 조선벨트' 붕괴에 주택도 휘청

입력 2017-11-05 09:45  

[위기의 지방 부동산] ②'경남 조선벨트' 붕괴에 주택도 휘청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중도금 이자 대납해줘도 안팔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집값은 보통 최소 수천만 원 이상씩 내렸고 분양권도 수천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정리하겠다는 분이 많습니다. 일거리가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안 팔리니 이사도 못 갑니다." (거제의 한 공인중개사)

"경기도 안 좋은데 분양물량은 계속 쏟아지고, 비도심 외곽이 분양권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넘쳐납니다. 손해를 감수하고 중도금 대출 후불 이자까지 내주겠다고 해도 안팔릴 정도에요." (창원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경남 창원, 거제, 울산 등 우리나라에서 조선·중공업을 대표하는 '경남권 조선벨트'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위기다.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채 해소되지 않고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창원과 거제 지역은 조선 업황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자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아파트 시장에 반영돼 집값이 크게 하락하고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5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남 거제 지역 부동산시장은 아파트 매매가가 전체적으로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일제히 하락했다. 거래도 뚝 끊기다시피 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거제시 아주동의 대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91㎡는 기존에 2억4천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에는 1억6천만 원까지 떨어졌다.

거제시의 B 아파트(전용 84㎡)는 3억원에서 2억원 수준으로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내려갔다.

이 지역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1천700여 가구 대단지 아파트도 가격이 8천만원 가까이 떨어졌는데 그보다 못한 소형 아파트나 나홀로 아파트는 더 상황이 안 좋고 거래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분양 시장도 얼어붙었다.

거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직영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 등 5만 명이 도시를 떠나 인구가 감소해왔다.

그런데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만여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업황이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직전인 2015년께 분양한 아파트들이다.

이 때문에 거제시 옥포동과 덕포동, 상동동, 문동동, 일운면 등에서 준공을 앞뒀거나 준공한 아파트들이 수십~수백 가구가 미분양된 상태로 시간이 지나도 미분양 가구 수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역전세난'은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전세보증금보다 집값이 더 내려간 상황에서 신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 전세금을 못 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에서 인구가 빠져나갈 뿐 유입이 되지 않다 보니 기존 임차인을 대체할 전세 수요를 찾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거제 주민은 "집주인들은 임차인들이 나간다는 소리를 할까 봐 마음졸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창원 지역의 부동산 경기도 악화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창원 시내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내려간 건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곽 지역에서는 심지어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중도금 후불 이자를 다 내주겠다는 분양권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창원 도심에서 거리가 다소 떨어진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서 분양한 감계아내에코2차 아파트는 1천393가구가 분양했으나 9월 기준 미분양이 500가구가 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감계지구에 총 9천500가구가 들어올 계획인데 이전까지 3.3㎡당 분양가가 900만 원 안팎이던 것이 1천만원을 처음 넘어선 데다 경기까지 좋지 않은 악재가 겹쳐 미분양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 있는 힐스테이트 2차를 비롯해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무피(웃돈이 붙지 않았다는 의미의 속어)' 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 자체가 없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반 전에 분양할 때는 전부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샀었는데 지금 시기적으로 창원에 공급 물량이 너무 많고 경기도 안 좋다 보니, 기존아파트 가격도 몇천만 원 떨어진 상황에서 분양권 거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금 들어간 걸 다 포기하는 분도 많고, 이미 납부한 확정비 20%, 분양금액 10%를 그대로 매수자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매물을 내놓는데도 안 나가는 상황"이라며 "심한 경우 중도금 후불 이자까지 다 내주는 사람도 있다. 전용 84㎡짜리를 4천만원 이상 손해를 보면서도 분양권을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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