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부패위 구성 발표 직후 드라이브…"억만장자 빈탈랄 왕자 포함"
왕권 근위 국가방위부 장관 교체, 경제장관도 친위 세력으로 물갈이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왕권은 반(反)부패위원회 구성 발표 직후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4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또 사우디 왕권 근위 성격의 국가방위부 장관과 해군 수뇌부를 일련의 고위직 파면 과정에서 물갈이했다.
이번 대규모 체포와 물갈이는 지난 6월 고령의 사촌 국왕 살만(81)에게서 왕세자 직을 받은 모하메드 빈살만(32) 왕세자가 9월 국내 반대파를 억누르며 권력 강화에 나선 것의 연장선에 있다.
살만 국왕은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혐의가 있거나 권력과 영향력을 남용했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현지 뉴스 웹사이트는 이날 붙잡힌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에는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있다고 전했다.
빈탈랄 왕자는 살만 국왕 사촌으로 세계 부호 순위에서 아랍권 최대 부자로 꼽힌다.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는 디즈니, 21세기 폭스,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상당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탈랄 왕자가 체포된 것이 사실이라면 국내외에 미칠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왕권은 아울러 국가방위부 장관을 한때 왕세자 직을 두고 빈살만과 경쟁하던 미텝 빈압둘라에서 칼레드 빈아야프로 바꾸고, 경제부 장관 역시 정부자산 매각 정책을 이끈 친위 인물인 HSBC 중동 최고경영자(CEO) 출신 모하메드 알투와즈리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살만 국왕의 지원 아래 빈살만 왕세자의 친정체제가 한층 공고화할지 주목된다.
한 소식통은 이날 무더기 체포 경위를 전하면서 사우디 안보당국이 고위 인사들의 국외 도주를 막으려고 홍해 연안도시 제다에 있는 자가용 제트기들을 이륙하지 못하게끔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걸프 이웃국 카타르를 거부하는 것을 포함한 빈살만 왕세자의 외교노선과 국내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력 강화에 나선 빈살만은 국유자산 민영화, 국가보조금 축소, 여성운전 허용 등 인권 신장 같은 개혁 대안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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