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곡행진곡 모독하면 징역 3년' 국가법, 홍콩 적용키로

입력 2017-11-05 11:56  

'의용곡행진곡 모독하면 징역 3년' 국가법, 홍콩 적용키로

홍콩서는 "일국양제 위배" 반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과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거나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國歌法)'이 대폭 강화돼 홍콩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국가법의 처벌 조항을 기존 최고 15일 구류에서 3년 징역형으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전날 확정했다.

전인대 상무위는 또한 국가법을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부칙 제3조에 삽입해 홍콩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도 금지한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는 행동도 금지된다. 이는 미국식 경례이며, 중국식으로는 차렷 자세로 경의를 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위를 하면 최고 15일의 구류에 처한다.

전인대 상무위가 갑작스레 국가법 처벌 조항 강화를 들고나온 것은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드러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홍콩 통제 강화 정책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를 모독하는 행위는 본토보다는 특별행정구역인 홍콩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전인 홍콩 대 말레이시아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전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자 양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상당수 관중은 아예 뒤로 돌아서 '저항'의 뜻을 나타냈고, 관중석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홍콩 독립(香港 獨立)'이라고 쓴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이러한 '홍콩 독립'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중국 지도부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홍콩을 전면적으로 관리하고 통치할 권한을 확고하게 장악하겠다"고 밝혀 역대 중국 지도자 중 가장 강력하게 홍콩을 통제할 것임을 천명했다.






홍콩 정부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의 결정에 따라 홍콩 기본법 개정을 통해 국가법 조항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본토에서 의무화된 국가 교육을 홍콩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에 홍콩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특히 국가법을 소급 적용해 기존에 벌어진 국가 모독 행위를 처벌하는 안도 검토되는 것에 대한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콩 야당인 시민당의 데니스 궉 의원은 "국가법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으며, 홍콩에 적용되기에 앞서 반드시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중파 변호사인 팅 웅도 "중국 국가법의 최고 3년 징역형 조항은 홍콩 기본법의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홍콩에 적용하느냐 여부는 홍콩 입법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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