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주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 38주년을 맞아 4일(현지시간) 테헤란 등 이란 곳곳에서 대규모로 반미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은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인 1979년 11월4일 강경파 이란 대학생들이 주도해 테헤란 남부의 주테헤란 미국 대사관을 공격, 점거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대학생 수백명은 미 대사관 담을 기습적으로 넘어 공관을 점거하고, 미국 외교관과 미국인 직원 52명을 444일 동안 인질로 잡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단교했으며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시작됐다.
이들 대학생은 이슬람혁명 이전 이란을 지배했던 팔레비 왕조 시절 미국이 이란 내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자원을 수탈했다고 주장하면서 미 대사관을 점거했다.
또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미국으로 도피한 모하마드 레자 샤(왕)의 송환을 미국이 거부한 것도 이 사건을 촉발한 이유로 꼽힌다.
이란은 이날을 '학생의 날' 또는 '오만한 패권(미국)과 맞서 싸운 국경일'로 명명해 거리에서 집회를 열어 반미 의식을 상기한다.
매년 열리는 시위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이 노골화하면서 반미 구호가 더욱 뜨거웠다.
테헤란에선 사건의 현장인 옛 미 대사관 건물 앞 탈레거니 도로를 중심으로 평일임에도 수만 명 규모로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성조기를 태우거나 땅에 놓고 밟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희화화하거나 히틀러나 악마로 묘사한 포스터도 쉽게 눈에 띄었다.
테헤란 집회에서 연사로 나온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인과 정치인들은 그들이 뽑은 대통령을 후회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제야 외교정책에서 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호전적인 이를 드러내면서 오랫동안 우리나라와 중동을 침략하려 했지만 이란이 사거리 수천 ㎞의 미사일을 시험하자 결국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일뿐이었다"라고 연설해 큰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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