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 의회가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자행한 미얀마군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대화로 풀기를 희망했다.
다만, 대화를 통한 해법이 먹히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재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차관은 미얀마와 대화를 통해 인도주의적 위기의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지만, 대화에 실패한다면 강력한 제재를 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다양한 제재 옵션이 있다. 이는 미얀마를 압박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분"이라며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목표는 응징이 아닌 문제 해결"이라고 말했다.
섀넌 차관의 발언은 미 의회가 로힝야족 인종청소의 책임이 있는 미얀마군 지도자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은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관여한 미얀마 군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제재와 비자발급 거부 등을 포함한 제재안을 발의했다.
로힝야족 인권 문제에 관해 중대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안보 분야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며, 미얀마 군부 및 군부 출신 기업가들이 장악한 옥(玉)과 루비 등 광물 수입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법안에는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이 관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 금융 기구의 자금 지원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일로 예정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에 앞서 미국은 미얀마 측과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62만명이 넘는 로힝야족의 안전한 송환 등 조건도 제시했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미얀마군에 대한 제재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로힝야족은 수십 년간 미얀마에서 정식 국민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에 시달려왔다.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8월 25일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서면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로힝야족 62만여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난민 소탕전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을 일삼으면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유엔은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했다. 국제사회는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도 사태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수치는 인종청소 주장이 잘못된 정보에 의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미얀마군은 자신들의 행위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맞서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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