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권 또 폭탄맞나…'파라다이스 페이퍼' 파급력은

입력 2017-11-06 11:56   수정 2017-11-07 14:45

세계 정치권 또 폭탄맞나…'파라다이스 페이퍼' 파급력은

정계 칼바람 부른 '파나마 페이퍼스'급 이를지 주목

각계 탈세수사 예고…트럼프 측근·英여왕·고위 정치인 휘발성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각국 정상과 정치인, 유명인 등이 대거 연루된 조세회피처 자료가 폭로되면서 세계 정가에 어떤 규모의 후폭풍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영국령 버뮤다 소재 로펌 '애플비'의 조세회피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의 파급력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엔 이르지만 지난해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가 불러온 칼바람으로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의 첫 '희생자'는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전 총리였다.

그는 의회에 신고하지 않은 채 2009년 부인과 함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가 이후 자신의 지분 50%를 부인에게 1달러에 넘긴 사실이 폭로되며 이틀 만에 물러났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0년 작고한 부친이 역외펀드 재산을 소유한 사실이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드러나면서 의문이 꼬리를 물자 총리에 오르기 직전에 이 역외펀드 주식을 처분한 사실을 실토해 위기를 맞았다.

당시 캐머런 전 총리는 자신과 부인이 공동계좌로 부친이 조세회피처 바하마에 설립한 투자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하다 총리에 취임하기 넉 달 전인 2010년 1월 이를 약 3만파운드(약 5천만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는 정치인들의 납세내역 공개가 이어졌고 역외기업을 통한 영국 부동산 취득시 소유주를 등록하도록 하는 부동산 실명제 도입이 추진됐다.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는 딸과 아들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5개 기업을 이용해 은행 거래를 하고 영국 런던의 고급 아파트를 보유하는 등 해외에 자산을 은닉한 사실이 폭로돼 대법원에 의해 총리 자격을 박탈당했다.




호세 마누엘 소리아 전 스페인 산업장관도 파나마 등지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공개되자 사임했고 맬컴 턴불 호주 총리도 이 자료에 이름이 올라 구설에 올랐다.

몰타에서는 파나마 페이퍼스가 조기총선을 불러왔다. 부인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져 사퇴 압력을 받던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총선을 1년가량 앞당기는 승부수를 띄워 지난 6월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총리 부인의 연루 의혹을 폭로한 탐사보도 언론인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가 지난달 차량 폭발 테러로 숨지면서 총리가 배후로 지목되는 등 논란을 빚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했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았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야당으로부터 탄핵 압박을 받았지만 두 정상 모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자리를 지켰다.

조직의 투명성을 관장하는 국제기구 책임자들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 전 윤리위원은 미국 연방검찰로부터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은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전 FIFA 부회장과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사임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곤살로 데라베아우 스웨트 칠레 지부장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올라 기구의 신뢰도에 손상을 끼쳤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이번에 공개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는 파나마 페이퍼스와 비교할 때 분량은 조금 적은 편이다.

역대 최대의 유출로 불릴 파나마 페이퍼스가 2.6TB(테라바이트)였으나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는 1.4TB다.

그러나 문건의 용량으로 내용의 휘발성을 저평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지지자 등 각국 정상과 정치인, 유명인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BBC방송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탈세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여왕의 역외투자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로 골치를 썩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조세회피처에 보유한 해운회사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더구나 러시아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부동산 업체에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가 투자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각국 사정 당국은 파나마 페이퍼스 자료를 토대로 일제히 자국민과 기업의 탈세·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었다.

덴마크, 독일 등은 익명의 제보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자료 전체를 입수했고 미 검찰은 ICIJ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자료를 확보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폭로를 계기로 각국에서 자국민과 기업에 대한 탈세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시민사회 단체들의 수사촉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호주와 같은 국가에서는 세무당국이 유출 자료에 직접 대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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