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0조원' 트럼프 비웃다 숙청된 사우디 왕자에 시선집중

입력 2017-11-06 12:05  

'자산 20조원' 트럼프 비웃다 숙청된 사우디 왕자에 시선집중

국왕의 사촌…왕실 아웃사이더로 언론노출 즐기던 스타일

트럼프에 '공화당 수치' 비난했다 "경제 되살린다" 최근 입장선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파 숙청 과정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체포된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62) 왕자는 '사우디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투자가 중 한 명이다.

6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빈탈랄 왕자는 압둘아지즈 사우디 초대 국왕의 손자이자 살만 국왕의 사촌으로, 자산 규모가 18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르는 아랍권 최고 부호다.

특히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는 디즈니,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할리우드 콘텐츠 메이저 21세기폭스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트위터,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 시티그룹, 전 세계 곳곳의 최고급 호텔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사우디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머독이나 빌 게이츠, 마이클 블룸버그와 같은 거물들과 사업 논의를 해온 인사라고 전했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은 빈탈랄이 일찌감치 애플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내자 그를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의 갑작스러운 체포가 주요 글로벌 기업 투자에 미칠 영향 등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빈탈랄은 세계 경제계에서는 유명인사지만 사우디 왕실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웃사이더'에 속한다.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에 억압적인 사우디 왕가에 반기를 들었고 그 이후로 그의 가문은 왕위 계승 가능성에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빈탈랄은 계속해서 언젠가 그가 왕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넌지시 비치곤 했다.

빈탈랄은 오마 샤리프 스타일의 콧수염에 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언론 매체에 노출되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제 여성이 운전해야 할 때가 왔다"는 글을 올리는 등 사우디 정부에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를 겨냥해 "미국은 물론 공화당의 수치"라고 표현했다가, 최근에는 입장을 확 바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특유의 '럭비공 행보'로 서방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빈탈랄은 최근 이집트를 여행하던 도중 영감이 꽂힌 듯 이집트 관광산업에 8억 달러(약 9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한 전문가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빈탈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도널드 트럼프"라면서 "그는 일부 사우디인들에게는 성공의 상징일 수 있지만 다른 많은 이들은 그를 겉만 화려하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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