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이정후 "아버지, 펑고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종합)

입력 2017-11-06 15:59   수정 2017-11-0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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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이정후 "아버지, 펑고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종합)

"신인왕이 끝이 아니야…힘 길러서 홈런·타점으로 도움 되겠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부전자전, 혹은 청출어람의 재능을 뽐낸 '바람의 손자'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가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놓쳤던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는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이정후는 6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7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기자단 투표에서 503점을 획득, 김원중(롯데 자이언츠·141점)을 크게 따돌리고 신인왕에 올랐다.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이정후의 신인상 수상은 기정사실이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의 1차 지명을 받아 곧바로 데뷔한 이정후는 고졸 신인 최초로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111득점, 47타점, 2홈런 등 빼어난 성적을 냈다.

타격 13위, 득점 3위, 최다 안타 공동 3위 등 선배들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고, 특히 신인 최다 안타(종전 서용빈 157개)와 최다 득점(종전 유지현 109개)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만장일치' 기대는 없었느냐는 물음에 이정후는 "전혀 기대 안 하고 있었다. 투표수가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올 시즌을 평가받는 자리다. 아쉽지 않다"고 개의치 않았다.





다만 아버지도 못 받은 신인왕의 영광을 누려 기쁘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야구의 피를 물려준 부모님을 향한 애정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 아버지는 친구같이 좋은 분이시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는 어머니 정정민 씨도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이정후는 "아버지께서 선수셔서 어릴 때 함께 한 추억이 없다. 그 시간을 엄마가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해 "어렸을 때 추억의 3분의 2는 엄마와 함께였다. 엄마에게 좀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가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면서 아버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싫은 소리도 많이 들으셨다. 그런 것을 다 참고 뒷바라지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는 야구 국가대표 선수-코치로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함께 참가한다.

이정후는 "코치님으로서 아버지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며 "형들에게서 불만이 들어왔다. 펑고 속도가 너무 빨라서 스프링캠프인 줄 알았다고 한다"며 대표팀을 대표해 애교 섞인 부탁을 하기도 했다.

신인상 수상으로 효도를 톡톡히 한 이정후는 "부모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정후는 넥센 코치진과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장정석 감독님, 많이 부족한데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 코치님들도 제가 실수해도 칭찬과 격려로 많이 다독여주셨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 선배님들, 형들도 모두 제가 잘한 게 없었는데 항상 옆에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 특급 신인으로 주목받으면서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선배님들과 형들이 옆에서 '신경 쓰지 말고 할 거만 잘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괜찮았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이정후는 "좋은 팀에서 경기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 한 해였다. 내년에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 팬들이 좀 더 경기장에서 즐거운 마음을 갖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인상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기 전에는 떨렸다는 이정후는 "막상 무대에 올라와서는 떨리는 게 없어졌다"며 스타성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신인왕이 끝이 아니므로 내년 시즌 준비 잘해서 더 발전된 모습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차지하고 싶은 타이틀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은 생각 안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정후는 보완하고 싶은 부분으로 '파워'를 꼽았다.

그는 "나이가 어려서 다른 선배들보다 힘이 약하다. 외야로 전향한 지 1년도 안 돼서 수비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출루와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였는데, 내년에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파워를 기르면서 홈런도 치고 타점, 도루도 잘하는 쪽으로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후도 내년에는 선배가 된다.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지 묻자 그는 "내년에 후배가 들어온다고 해도 어린 입장이다.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줄 말은 없다. 먼저 물어본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심성의껏 잘 대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신인답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을 향한 기대도 크다.

이정후는 "고3 때도 느꼈다. 저보다 1학년 아래 친구들은 굉장히 야구를 잘하는 친구들이다. 모두 잘해서 프로에 입단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프로에서 얼마나 자기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아직은 누가 제일 잘할지 잘 모르겠다. 저도 작년 이 시기에 팀에 처음 합류했다. 마무리캠프에 가서 좌절했었다. 그래서 겨울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운동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는 여전히 막내인 그는 "작년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전국에서 제일 잘하는 친구들이 한 팀을 이뤄서 추억을 쌓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더 진지하고 더 신중해진다"며 "형들만 믿고 잘 따라서 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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