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 수사의뢰 권고…옛 야권 지자체장 견제에 보수단체 활용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에 명진스님의 사생활이나 비위 등 특이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명진스님의 좌파활동 경력을 온라인에 퍼트릴 것을 주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6일 국정원에 해당 사항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MB정부 청와대는 2010년 1월부터 민정수석과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실 등을 통해 명진스님의 발언 등 동향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反정부정책=종북좌파'라는 기조 아래 사회 전반의 반정부 인사·단체를 견제할 것을 지시하면서 간부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명진스님을 견제하라고 했다는 게 개혁위의 설명이다.
명진스님은 이명박 정권 당시 방송 등에 출연해 정부를 향해 '도덕적·철학적 가치가 없는 정권', '물적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실용인가' 등의 표현을 쓰며 비판한 바 있다.
개혁위는 2010년 명진스님이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봤으나 핵심적인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
개혁위는 보도자료에서 국정원이 봉은사 신도를 통해 대통령 비판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온라인으로 명진스님 비판 여론을 조성하긴 했지만 봉은사 주지가 바뀌는 데 국정원이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개혁위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당시 야권 지자체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견제하는 활동을 했는지를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개혁위는 "야권의 주요 정치인들이 광역단체장으로 선출되자 국정운영의 차질을 우려한 청와대의 요청으로 원 전 원장 국정원이 당선자들의 공약을 점검해 대국민 홍보 강화 등의 대응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2011년 9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청와대에 배포하기도 했다.
국내정보부서는 2010년 '라이트코리아' 등 평소 관리해 온 여러 보수단체를 활용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 김두관 당시 경남지사,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온라인 비판 여론을 조성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혁위는 이런 활동이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
한편, 개혁위는 2012년 대선 당시 '좌익효수'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전직 국정원 유 모 씨의 활동이 국정원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조사했지만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유 씨의 게시글을 확인한 결과 심리전단이 활용한 '주요 이슈 및 대응 논지' 내용과 다르고 게시글을 작성한 장소나 방법도 심리전단이 소속 직원들에게 하달한 유의사항과도 상충된다"고 전했다.
다만 유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만큼 이번 조사결과를 검찰에 통보하고 참고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등은 조사내용을 더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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