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분위기 속 유족 한때 격한 반응…국정원 화환 거부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은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투신해 숨진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빈소는 조문 이틀째인 7일에도 침울한 분위기 속에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 한구석에서 고인의 아내와 어머니가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고, 조문객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고인과 함께 일한 동료 검사들은 비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몇몇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고, 얼굴을 감싸쥔 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보였다.
고인의 근무지였던 서울고검의 조은석 고검장은 양형위원회 출장으로 해외에 머물다가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에 앞서 빈소에 온 박성제 전 서울고검장도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다.
봉욱 대검 차장과 노승권 대구지검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공상훈 인천지검장 등도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서울중앙지검의 1·2·3차장 산하 부장검사들도 장례식장에 모습을 보였다.
법무부·검찰 고위 인사가 빈소를 찾을 때는 유족이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8시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빈소에 오자 고인의 아내 등은 "무슨 적폐 청산이냐", "내 남편 살려내라"며 박 장관을 향해 크게 울부짖었다. 박 장관은 조문을 끝낸 직후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도 조문차 찾아왔지만 유족들의 눈물 섞인 항의에 인사만 하고 쫓겨나듯 물러갔다.
일부 유족은 김 전 장관의 등을 향해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고인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 지검장은 이날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족들은 이날 낮 국정원 등에서 보내 온 화환을 부수기도 했다.
유족들은 전날 밤 "다 덮어씌우고는 지켜주지도 않느냐", "왜 살아있을 때 구명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느냐", "어떻게 아침 7시에 애들도 있는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들어오느냐"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한때 "이제는 검찰 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의 사망을 계기로 검찰의 '적폐 수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보수 야당 인사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재원·곽상도·최교일·이완영 의원이 잇따라 조문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오전에 빈소를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도 조문객들 사이로 얼굴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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