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평화협정 이끈 중재자로서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참석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반도의 미래가 지금 우리가 둘러앉은 이 원탁의 모습처럼 되길 바랍니다. 남북한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큰 잔칫상이 마련되길 바라고, 그 안에서 풍성한 음식이 나누어지길 바랍니다. 교회는 분쟁의 당사자들이 대화의 테이블에 앉도록 초대해야 합니다."
극심한 내전으로 고통받던 엘살바도르에 평화를 가져온 인물로 유명한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은 7일 서울 중구 천주교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남북 간 대화와 화해의 잔치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남미의 가톨릭 지도자들을 초청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구하는 '2017 한반도 평화 나눔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이다.
올해 엘살바도르 사상 첫 추기경으로 임명된 그는 엘살바도르의 12년 내전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 중재자 역할을 했던 성직자로 유명하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에서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하며 사회적 약자 보호와 정의 구현에 앞장섰던 오스카 로메로(1917~1980) 대주교를 지척에서 도왔으며, 로메로 대주교의 순교 후에도 1984~1989년 5차례에 걸쳐 진행된 군부 정권과 반군 사이의 협상을 끌어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양측은 1992년 결국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베스 추기경에게 한반도 문제의 중재 역할을 맡겼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최근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던 상황이어서 이 같은 보도는 더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특정 역할을 부여받았는지를 묻는 말에 "저처럼 연약한 추기경이 어떻게 특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웃으며 공식 부인했다.
그는 다만 자국 경험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대화의 자리에 함께 앉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인들이 '빨리빨리'에 익숙한 것을 알지만 평화를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멕시코 모렐리아 대교구의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 역시 "멕시코 내 폭력 사태의 중재자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며 "교회가 중재자로 참여할 때 어떤 규칙과 규범을 갖고 대화를 이끌지에 대한 모범 틀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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