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차세대대회 멘토 강연…"한국 출판업계도 글로벌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디지털 시대라 출판이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엘스비어는 매출이 더 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차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해 멘토 강연을 펼친 지영석(56) 엘스비어 회장은 과학·의료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출판사를 이끌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430년 전 설립된 엘스비어는 연 매출 3조5천억 원에 24개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출판사다.
그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가 곧 기회"라며 출판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콘텐츠의 디지털화'와 '양질의 콘텐츠'를 강조했다.
"엘스비어는 2천500여 종에 달하는 학술지와 전문서적 내용을 디지털화해서 '맞춤형'으로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종이로 출판된 자료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재가공을 통해 새로운 정보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저자가 책을 내면 독자가 읽었죠. 공급자와 수급자가 정해져 있었지만 이제는 출판도 쌍방향이어야 합니다. 주문자 맞춤형이 새로운 출판의 흐름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소설이라면 결말을 독자의 기호에 맞춰 5∼10가지로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핵심은 독자가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출판계에도 대형출판사가 나오거나 출판사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위상에 걸맞게 출판산업도 몸집을 키워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 회장은 조언했다.
미국에서 출생한 그는 청소년 시절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미국, 영국, 일본 등 6개 나라를 옮겨 다니며 공부했고, 고1 때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CEO 비서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고, 자신의 멘토이자 미국 포브스 선정 부자 순위 50위권의 출판부호 브론스 잉그람의 권유로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1997년에는 업계 최초로 주문형 출판 및 전자책 서비스 회사인 라이트닝 소스를 설립했고, 세계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사장을 거쳐 현재 엘스비어 회장으로 출판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지 회장은 성공의 비결에 대해 "돈·지위·명성보다는 사람을 좇아 일해온 덕분"이라며 "직장을 선택할 때 세속적 기준보다는 나를 이끌어줄 멘토가 있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리직 직원들에게는 다른 조직의 사외이사를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한다. 얼핏 회사 일과 관계가 없어 보여도 경험이 개인을 성장시키고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에서다.
자신도 21개 사외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지 회장은 "외부 활동을 통해 창업하게 되면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해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다"며 "새로운 사고와 도전에 대해 열려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멘토의 도움으로 오늘에 자리에 올랐다는 그는 자신의 성공을 나누기 위해 전 세계에 400여 명의 차세대를 멘티로 두고 후원하고 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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