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SK텔레콤이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SK텔레콤 측은 6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한 인위적 요금인하보다는 시장에서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정부, 국회와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정부의 핵심 통신료 인하정책인 보편요금제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 원 수준의 요금으로 기존 3만 원대 요금제가 제공하는 음성과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올해 안에 전기통신사업법을 고쳐 시장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내년 중 보편요금제 상품을 내놓으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이유로 그동안 보편요금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기존 요금의 연쇄 인하와 수익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통신비 절감대책의 하나로 9월 15일부터 시행 중인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20%→25%)으로 이미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그보다 영향이 훨씬 큰 보편요금제까지 수용하면 투자 여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보편요금제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통신서비스 혜택이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가입자 간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보편요금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통신요금은 고가 요금제일수록 단위당 데이터 요금이 낮은 구조여서 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이 고가 요금제를 보조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요금 폐지를 뼈대로 하는 통신비 절감대책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여당이 지난 6월 발표한 통신료 절감대책에서 기본요금 폐지가 빠져 '공약 후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통사들의 반발로 기본요금 폐지가 사실상 무산되자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향과 보편요금제다. 그런 의미에서 보편요금제를 관철하려는 정부의 생각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통신사업자의 시장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동통신 사업은 국가 자산이자 공공재인 주파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강하다. 그런데 통신사업자들은 주파수를 배당받을 때 경쟁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통신사업자들이 요금 정책 등에 관한 재량권을 요구하는 논거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바람대로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인 음성과 데이터 사용의 대가로 지금까지 3만 원대의 요금을 내야 했으나 2만여 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기술혁신 여력이 훼손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사업자들이 손실 만회를 위해 다른 요금제의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부동산 시장과 비슷하게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대선공약이라고 밀어붙이려고만 하면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다행히 정부와 이통사업자, 학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조만간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차제에 보편요금제뿐 아니라 단말기 완전지급제, 분리공시제 등도 충분히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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